12월 챌린지 ‘神들의 놀이터’ 월출산..끝자락은 인문학 백화점

2022. 12.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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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영암 매력의 기(氣)찬 진원지
월출산 구정봉은 세계유일의 자연산 ‘큰바위 얼굴’이다.
신들의 놀이터, 월출산의 위용 [지엔씨21 드론 촬영]

[헤럴드경제, 월출산=함영훈 기자] “천황 등극의 보람, 이 맛에 땀 흘리지.”

혼자서 대간이나 정맥을 개척하려는 듯, 남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소 ‘뜬금없이’ 불쑥 솟은 월출산은 신(神)들의 무공 놀이터, 혹은 ‘아바타’ 같은 고공활극 영화촬영지로 삼아도 좋은 만큼 신비스럽고 수려하다.

미술책이나 전시회에서 우람한 산자락을 표현한 옛 한국화, 동양화의 표현이 과장된 줄 알았다. 그러나 월출산은 동양화가 팩트에 기반한 것임을 증명한다.

영암 천황 야영장을 조금 지나, 아파트 4~5층 될 법한 거대 바위 앞 바우제단에서 가볍게 예를 표한뒤 20분 정도 산길을 걸어도, ‘소문 만큼 힘든 산은 아니네’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천황사를 100여m 앞두고 오른쪽 바람폭포길과 왼쪽 천황사쪽으로 나뉘는 지점까지도 그랬다.

바람폭포길 방향은 가파른 경사의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사진은 하산때의 모습)

▶산중 대나무숲 지나면 땀 줄줄= 산중의 대나무숲은 보기드문데, 등산하면서 대나무의 호위를 받는 것이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월출산 등정의 기대감을 더 키운다.

그러나, 북동쪽으로 사자봉이 올려다 보이는 해발 200m 지점의 천황사를 지나면서부터 가파른 돌산이 시작된다. 디딤발을 잘 보고 천천히 걷는데, 11월 중순 등산임에도 온 몸에서 구슬땀이 흐른다.

좀 쉬려 했더니 예닐곱살 어린이가 차분히 잘 오르기에 엄살을 피울 기회를 놓쳤다. 등산 중 고개를 들면 우람한 돌산이 “뭐가 힘드냐”는 듯, 나를 내려다 보고, 뒤편엔 영암 벌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피로를 잠시 잊은 뒤, 다시 등산에 정진한다.

월출산 빨간 구름다리에 서면 흘린 땀 보다 보람과 이득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금방 느낀다.

천황야영장에서 천황봉의 절반쯤 왔다고 여겨지는 빨간색 구름다리까지 오르는데는 중간 중간 쉰다고 가정하면 1시간 40분 가량 걸린다. 월출산 구름다리는 월출산의 명물로 매봉과 사자봉을 연결하는 다리로, 해발 605m, 수직 120m 높이에 설치되어 산악 지역 구름다리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빨간 구름다리에서의 카타르시스와 성취감= 빨간 다리만 와도 월출산의 경외로운 풍광을 충분히 감상한다. 동양화 보다 더 멋진 실경을 우리는 눈앞에서 목도하며 “와”하는 환성을 여러 차례 지르게 된다. 땀 흘린 보람을 충분히 느끼는 순간이다. 빨간 구름다리가 이렇게 만족감을 주니 많은 필부필부들이 최종 목적지로 삼기도 한다.

정상까지 간다면, 태백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등산의 출발점인 평지의 고도가 월출산(809m)은 해발 50m 정도인데 태백산(1567m)은 800m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오르면, 평지를 가득 메운 운무 때문에 월출산은 흰색 바다 위 거대 바위섬이 되고, 작렬하는 태양과의 밀당에서 운무가 후퇴하면서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에나 평지의 물상들이 제모습을 보인다.

아침 일찍 등산할 경우 월출산은 독도 처럼, 운무 바다 위 거대 바위섬이 된다

‘오우가’의 고산 윤선도가 “두어라, 해 퍼진 후면 안개 아니 걷히랴!”라며 희망을 노래한 시점은 오전 9시 이전일 것이고, ‘택리지’의 청담 이중환이 월출산의 장쾌한 풍광이 점점 더 선명하게 깨어나는 모습을 ‘화승조천(火昇朝天:아침 하늘 불꽃같은 기상)으로 표현한 것은 아마도 오전 10시는 넘긴 때이리라.

‘남도 금강산’ 월출산 최고봉 천황봉 정상에는 30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다.

월출산 최고봉 천황봉.

▶세계유일의 자연산 ‘큰바위 얼굴’ 구정봉= 천황봉 남서쪽 제2봉, 구정봉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자연산 큰바위 얼굴이 달마대사 같은 모습으로 내려다 본다. 미국 사우스다코나주의 러시모아 큰바위 얼굴은 인공인데도 최근 크게 훼손됐는데, 이제 전세계 교과서는 ‘영암 큰바위얼굴’로 단원을 바꾸어야 할 듯 싶다.

천황봉엔 신라시대 이래 국가 차원의 천제를 올리던 소사지터가 남아 있다. 정상 가까이에는 거대한 월출산마애여래좌상(국보)이 방형의 감실이 만들어진 큰 암벽 위에 조각되어 있으며, 동쪽 구절폭포, 서쪽 용추폭포의 호위를 받고 있다.

북동쪽으로 장군봉·국사봉 등이 연봉을 이루는 월출산은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생해 식생과학면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면서 폭포수가 무려 일곱 차례나 연거푸 떨어지는 칠지폭포와 은천폭포·대동폭포의 합창 소리도 요란하고, 방향에 따라 국보-보물 백화점 도갑사와 무위사 등에 이르게 된다.

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억새밭-도갑사로 이어지는 종주능선 또한 인기다. 편도 9.2㎞로 6시간 정도 걸린다. 도갑사는 월출산 지역에서 가장 큰 절이다. 원래 이곳은 문수사라는 절이 있던 터로 영암에서 태어난 도선국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인데, 도선이 중국을 다녀와서 문수사 터에 도갑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너, 인상 좀 펴~” 도갑사 보현동자와 금강역사상

▶국보-보물 백화점 도갑사에 사랑·우정 걸렸네= 국보인 도갑사 정문, 해탈문은 1473년에 지어졌는데, 양식이 독특하다. 좌우 앞쪽 칸에 금강역사상이, 다음 칸에는 보물인 문수동자와 보현동자상이 미소짓고 있다. 우람하고 무서운 상징만 있던 여느 사찰 출입문과 달리 푸근함도 느껴진다.

대웅보전 앞과 뒤에는 오층석탑 및 삼층석탑 등 고려시대의 석탑 2기와 도선·수미의 비가 있다. 오층 석탑에는 저마다의 소원이 적힌 쪽지가 빼곡히 걸려있다. 천불을 만나면, 1000 좌상의 부처가 내 소원을 단체로 들어줄 듯 하다.

도갑사 오층석탑과 소원쪽지들
도갑사 천불 앞에서 두 손을 모으면, 1000 좌상이 단체로 내 소원을 들어줄 것 만 같다.

도갑사 주위에는 1972년 국보로 지정된 월출산마애여래좌상을 비롯하여, 도선이 디딜방아를 찧어 도술조화를 부렸다는 구정봉 큰바위얼굴의 9개 우물, 박사 왕인이 일본에 건너간 것을 슬퍼한 제자들이 왕인이 공부하던 동굴입구에 새겼다는 왕인박사상 등이 있다.

월출산 기찬랜드쪽으로 내려오면 천황봉 자락 맥반석에서 나오는 월출산의 기(氣)와 월출산 계곡을 흐르는 청정 자연수를 활용한 문화,예술,놀이,미식의 토털 파크, ‘기찬랜드’를 만난다.

▶상남자인출 알았던 월출산, 훈남 면모도?= 환경부로부터 삼림욕 건강산책로로 인증받은 ‘기(氣)찬묏길’은 기찬랜드~기체육공원~탑동약수터~천황사 주차장으로 연결되는데, 재잘거리는 개천 소리 들리는 편안한 산책길이라, 험준한 등산길에서 보이던 월출산의 상남자 면모와는 달리, 배려심 깊은 훈남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하춘화 가수가 어릴 적 노래부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밀랍인형은 기찬랜드 내 트로트가요센터에 있다.
영암 이웃 목포 출신 남진의 청년 시절 앨범 재킷도 트로트가요센터에 있다.

기찬랜드에는 가야금산조기념관, 영암 노래 하춘화 노래비, 전석홍 시인 시비 등 볼거리와 휴식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 트로트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트로트가요센터에선 트로트역사관과 명예의 전당, 추억의 명소, 영암 출신 하춘화의 40~60년전 활동을 보여주는 전시관을 만난다. 그녀의 아버지 하종오씨가 딸이 데뷔한 1961년부터 50년 남짓 모은 트로트 관련 자료와 음반, 공연 의상과 사진 등을 영암군에 기증, 이 센터를 건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구림전통마을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 명화 특별전시- 야수파 루오의 작품
영암 구림전통마을 하정웅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적 명화 특별전시를 찾은 살바도르 달리 작품 '더 코스모넛'

우렁찬 월출산은 끝자락으로 향하면서 왕인박사의 상대포, 대동(大同)사상의 진원지 구림전통마을, 구림마을 하정웅미술관·도기박물관, 인문학의 산실 장암·모정마을에서 부터, 기(氣)체육공원, 조훈현 바둑기념관, 흥겨운 트로트 가요센터, 아기자기한 기찬묏길, 가야금산조테마공원, 매력한우와 낙지를 탕탕 쳐서 러프하게 자른 뒤 버무린 ‘탕탕이’ 등 맛집거리 까지 차례로 빚어낸다.

이처럼 대단한 확장성의 월출산은 영암의 팔색조 매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던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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