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파업과 안전, 진짜 해법은 이것이다 [DTG 데이터 탐사보도④]

전혜원 기자 입력 2022. 12. 1. 06:46 수정 2022. 12. 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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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은 교통안전법에 따라 DTG(Digital TachoGraph,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트럭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달리고 멈췄는지, 화물차 운전자가 거쳐간 시간·공간·속도가 이 데이터에 모두 담겨 있다. 〈시사IN〉은 3만7892대 DTG 샘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화물차 운전자들의 노동시간과 공간을 분석해 탐사보도한다.
한 화물차 운전자가 상차를 기다리며 컵라면을 먹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16년 7월 강원도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연쇄추돌 사고로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전세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버스나 화물차 기사들의 긴 운전시간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17년부터 “4시간 연속운전한 운수종사자에게 3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도록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지난해 3월부터는 ‘2시간 연속운전 시 15분 이상 휴게 시간 보장’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시사IN〉이 화물차 기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규정을 ‘못 지킨다’는 응답이 70%를 넘었고 ‘항상 지킨다’는 답변은 6%에 불과했다(〈시사IN〉 제792호 ‘요일도 밤낮도 없는 24시간 365일의 노동’ 기사 참조).

이미 2013년부터 전국의 화물차는 DTG(Digital TachoGraph)라고 불리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있었다. 화물차의 운전시간과 공간, 속도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화물차 기사들이 현행 규정대로 2시간 연속운전 후 15분 이상 쉬고 있는지가 DTG를 통해 잘 관리되고 있을까? “제출하는 DTG에 대해서는 위반 확인이 가능한데, 제출이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 장구중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장의 말이다. 무슨 뜻일까.

2016년 7월17일 영동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해 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강원경찰청 제공

현재 DTG를 의무 장착한 차량들은 국토교통부나 지방정부가 DTG 제출을 요청하면 이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출을 요청하면’이다. 요청에 관계없이 주기적으로 DTG를 제출할 의무는 버스 같은 여객 운송사업자에겐 있지만 화물차에게는 없다. DTG를 단 전체 화물차 중에서 DTG를 제출한 비율은 2020년 기준 28%에 불과하다.

모든 화물차가 DTG를 제출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장구중 과장은 “DTG를 통해 휴게 시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확인되더라도 그걸 가지고 운전자에게 과징금을 물리는 등의 처분을 할 수는 없다. ‘DTG 분석 결과를 이용해 운전자에게 어떠한 불리한 제재나 처벌을 해선 안 된다’고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최소 휴게 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60만원에서 180만원의 과징금을 내게 되어 있지만, DTG 점검을 통해 개별 화물차의 휴게 시간을 규율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심지어 고장 난 DTG를 달고 다니는 화물차도 적지 않다고 한다. 중소기업 규모인 제조업체가 폐업을 해버려서 AS가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초(超)장시간 불규칙 노동의 탄생

이쯤 되면 ‘애초에 DTG를 왜 달았나’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사실 DTG는 화물운송 업계에서 꽤 민감한 이슈다. DTG 장착 의무화가 논의되던 2013년 당시, 화물차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이 제도에 반대했다. ‘DTG를 근거로 기사에게 불리한 처분을 하지 못한다’는 법 조항이 생긴 배경이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이 말했다. “기사들 입장에서는 장치를 달아서 기술로 자신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노조로서 반대한 핵심 이유는, 정부 방침이 화물차 사고의 책임을 운전자 개개인의 습관으로 돌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기사들이 왜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걸 하려면 결국 ‘운임’을 건드려야 한다.”

운임(運賃)이란 운송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화물운송 시장은 화주(화물의 주인), 차주(화물차의 주인), 그 사이에 있는 운수사업자(운수사)로 굴러간다. 화주가 운수사에 화물을 옮겨달라며 돈을 주면, 운수사가 개인 차주에게 그때그때 화물운송을 맡기며 돈을 준다. 여기서 차주가 바로 실제로 운전을 담당하는 기사들이다.

화물연대 소속의 한 대형 트럭에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IN 이명익

문제는 운임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철강회사 같은 화주가 인천에서 포항까지 철강을 실어달라고 저가 입찰을 붙인다. 최저가에서 조금 높은 정도의 운임(예컨대 70만원)을 제시한 운수사가 물량을 따내는 경우가 많다. 대형 운수사는 다시 2군, 3군이라 불리는 소형 운수사들에게 하청을 준다. 운수사를 여러 개 거칠수록 수수료가 빠져 운임은 줄어든다. 이러면 다단계 하청의 말단에 있는, 실제로 물건을 옮기는 화물차주가 가장 적은 돈을 받는데, 거리에 비례하는 운임이 아니라 차량 수요-공급량에 따른 운임을 받게 된다. 인천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구(50만원)보다 포항(45만원)까지의 운임이 오히려 더 저렴해지기도 한다.

화물운송에는 비용이 든다. 만약 운임이 유류비나 차량 감가상각비 등 원가를 회수하기에도 모자란다면, 차주의 선택은 ‘더 많은 운송’일 수밖에 없다. 운임은 건당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탕수’를 뛰어야 수입이 늘어난다. 예전 화물차주는 원래 운수사에 고용된 정규직이었다.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 흐름을 타고 자기 소유의 화물차를 운수사에 등록하고 회사 이름으로 차를 운행하면서(이를 ‘지입제’라 한다) 월급이 아닌 건당 운임을 받는 개인사업자로 속속 전환됐다.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다. 최저임금도, 노동시간 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바로 이런 조건으로부터 “일요일 밤에 시동을 걸어 일을 시작하면 그다음 주 토요일에 퇴근하고 중간중간 2~3시간 쪽잠을 자는” 초(超)장시간 불규칙 노동이 탄생한다. 차주들이 운수사를 통해 끊임없이 물량을 따내며 전국을 달리는 구조에서, 물량을 가진 화주는 거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차주에게 비용을 전가한다. 25t 트레일러로 철강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주 심현호씨(37)는 “상·하차 대기시간이 3~4시간은 기본이고 7~8시간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화주는 대기료를 지불하지 않는다. 앞선 화물의 상·하차가 아무리 늦어졌어도 그다음 화주는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지게차 등) 장비대를 우리에게 물어내라고 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차주들은 2002년 화물연대라는 이름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2003년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그때 요구한 게 ‘표준요율제’, 바로 지금의 안전운임제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안전운임)’을 정하고 이보다 낮은 운임을 주면 과태료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가 화물운송에 드는 원가(차량 감가상각비·유류비·인건비 등)를 1년마다 조사하면, 이 결과를 토대로 화주(3명)·운수사(3명)·화물차주(3명)·공익위원(4명)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안전운임을 심의해 의결한다.

안전운임제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화주가 운수사에 주는 운임, 운수사가 화물차주에게 주는 운임의 최저선이 구간별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40피트(길이 12m)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신항에서 서울까지 400㎞ 거리를 왕복한 화물차주는 운수사로부터 최소 98만2100원을 받아야 한다. 화주는 운수사에 최소 109만4800원을 줘야 한다.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내리면 운임에 반영되고, 심야·공휴일·오지 할증도 붙는다. 무엇보다 ‘대기료’가 생겼다. 40피트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의 경우, 도착시간으로부터 3시간이 넘도록 차주가 상·하차를 대기해야 한다면 초과된 30분당 2만원을 화주가 지급해야 한다. “화주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니까 알아서 상·하차 시스템이 빨라지더라.” 컨테이너 화물차주 고정기씨(51)의 말이다.

안전운임제는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 그리고 벌크 시멘트를 나르는 상업용 특수화물차 등 약 2만6000대에 적용된다. 전체 상업용 화물차 42만 대의 6%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3년이라는 기한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해가 지듯 운영이 종료되는 ‘일몰제’다. 화물연대는 일몰제를 폐지해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하고, 적용 품목도 철강재·위험물·자동차·곡물·택배(지·간선) 등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논의는 더디다. 화물연대는 이 문제로 지난 6월에 8일간 파업했지만 이후에도 진전이 없자 11월14일 다시 총파업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어도 이 문제에서만은 중소 운수사들도 차주들과 같은 입장이다. 안전운임제가 있는 편이 화주들에 대해 협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에 가장 반대하는 쪽은 화주다. 이준봉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물류서비스실장은 “품목별로 40~70%까지 운임이 올랐다. 화주에게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는 제도다. 각종 할증에 객관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운임을 올리면 정말 안전이 향상되는지 검증된 바도 없다”라고 주장한다.

2021년 10월 오스트레일리아 운수노조의 파업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한국 내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임월산 제공

‘책임의 사슬 원칙’이 생명을 지킨다

사실일까? “화물 운전자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이 경제적 압력을 감소시켜 과로·과속·과적 등 위험 행동을 줄인다는 것은 학술적으로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 국내외 일치된 견해다.” 한국안전운임연구단장을 맡고 있는 백두주 부경대 글로벌지역학연구소 전임연구원(사회학 박사)의 말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마이클 벨저 등이 2002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화물운송 업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리당 운임이 10% 증가할 때마다 월별 사고 확률이 34% 감소했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운임이 1만원 상승하면 사고 발생 횟수가 3.19%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이광훈·김태승, ‘한국 화물운송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 2017).

설령 안전과 운임이 상관이 있더라도, 특정 금액 이상을 주도록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화주 단체는 주장한다. “국가 차원에서 금액을 정해 고시하는 것은 시장 기능을 지나치게 제한한다(이준봉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 물류서비스실장).”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정 운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화주·운수사·화물차주가 모두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심의해 결정한 금액을 법으로 고시한다. 심의로 책정된 금액 또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 이를 웃도는 운임 책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방식은 국제사회의 노동조합과 사측, 정부가 모여 있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019년 합의한 ‘운수부문 내 양질의 일자리와 도로안전 증진을 위한 ILO 지침’에도 부합한다. 지침은 ‘책임의 사슬 원칙(chain of responsibility principles)’을 명시했다. 화주·운수사·차주 등 당사자들이 다단계 하청 구조의 모든 계약관계에서 안전이 지켜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공급사슬과 관련된 사람들과 일반 대중에 대한 상해 위험을 축소”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 지침은 운전자들이 운송에 필요한 모든 고정비와 변동비를 회수할 수 있게 하고, 운전뿐만 아니라 화물 적재 등 비운전 노동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서도 보수를 지급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수고용 운전자에게도 고용된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했다. 한국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내용이다.

이 지침을 만드는 데 참여한, 세계 운수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국제운수노련(ITF)’의 임월산 부의장은 지침 작성 과정에서 한국의 사례가 주요하게 다뤄졌다고 했다. 안전운임제가 확대되는 추세는 뚜렷하다. 1979년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 2005년 캐나다 밴쿠버 항만의 컨테이너 운송 화물차에 도입됐다. 2018년 한국과 브라질이 국가 차원에서 법제화했다. 뉴질랜드와 벨기에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12년 국가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가 보수 정부가 4년 만에 폐기했으나, 최근 퀸즐랜드주에서 안전운임제 법이 통과됐다. 임월산 부의장은 “노동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혀 있는 한국이 안전운임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만드는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정부가 안전운임제 확대 시행으로 국제적 흐름을 선도할지, 소극적 태도로 역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1989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도로 사망사고 중에서 견인형 화물차와 관련된 사망사고의 비율이 꾸준히 줄었다. 안전운임제를 시행하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 내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그림 1〉 참조). 이는 다른 요인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안전운임제가 205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노사관계위원회는 최근 경차를 사용하는 아마존 플렉스 등 새로운 유형의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이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데이비드 피츠, ‘호주 도로운수산업의 운임 및 안전 관련 제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출 보고서, 2022).

“과로할수록 이익 보는 구조를 끝내자”

한국의 안전운임제는 3년간 일부 품목에 대해 시행된 것이 고작이다. 제도가 안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가 적용되기 전인 2019년보다 2021년의 월평균 소득은 시멘트 차주가 201만원에서 424만원(111%), 컨테이너 차주가 300만원에서 373만원(24%)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월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5.6%, 3.7% 줄었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해봤자 시멘트 차주 월 354.8시간, 컨테이너 차주 월 281.3시간이다. 주 65~82시간을 일한다.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최장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이다.

미국 화물차 운전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일정 목표 소득, 대략 주 1138달러(월 약 65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는 노동시간을 늘린다(〈그림 2〉 참조). 그 이후에야 일을 줄이고 휴식을 취한다(마이클 벨저 외, ‘장거리 트럭 운전자들은 왜 그토록 오랜 시간 일하는가’, 2017). 논문은 이렇게 쓴다. “장거리 운전자들은 그들의 모든 근무시간에 대한 보수를 받지 않는 한 근무시간을 줄일 경제적 유인이 없을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대기료를 포함한 안전운임제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른 결론으로 향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교통정책 전문가인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토교통연구원에서 화물차 안전 개선방안을 연구했고, 이번에 〈시사IN〉·VWL과 함께 화물차 5만9296대의 한 달 치 DTG 기록을 분석했다. 그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전운임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과로할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다. 운임이 올라간다 해도 계속 하루 13시간씩 초장시간 노동을 한다면 정책의 효과를 살리기 어렵다. 진입장벽이 낮고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 화물운송 시장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시장에 맡길 게 아니라 운전시간 총량을 규제해서, 약속을 깨고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DTG다. 외국은 그렇게 한다.”

유럽연합(EU)은 “경쟁의 왜곡을 방지하고, 도로 안전을 개선하며, 운전자의 양호한 작업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도로 운송에서의 운전·휴식 시간에 관한 규정 ‘561/2006’을 2006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여객운송 기사든 화물 기사든 운전시간은 하루 9시간, 주 5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4시간30분 연속 운전했을 경우 반드시 45분을 쉬어야 한다(유럽의 DTG 장치는 4시간30분이 지나면 알람이 울린다고 알려진다). ‘561/2006’ 규정에는 “이러한 규정의 준수 여부는 지속적 모니터링과 통제 대상이 되며, 이는 도로변과 사업장에서 운행 기록계를 점검함으로써 수행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미국 역시 HOS(Hours of Service)라 불리는 운전시간 규제가 존재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주당 운전시간은 60시간으로 제한된다. 하루 14시간 넘게 근무할 수 없고, 그중에서도 11시간 넘게 운전할 수 없다. 출근하기 전에 10시간 연속으로 쉬었어야 하며, 8시간 운전 시 30분을 쉬어야 한다. 미국은 ELD(Electronic Logging Device)라 불리는 장치를 통해 주행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물론 유럽과 미국은 한국처럼 지입제가 만연하지 않아 차이는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앞선 규정은 ‘고용된 노동자나 개인사업자’를 포괄한다. 일부 주에서 안전운임제를 시행 중인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전국 차원에서 화물차 운전자의 최장 노동시간과 최소 휴식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하루나 주 단위 운전시간 총량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2016년 봉평터널 사고 당시 정부가 검토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미뤘다. 노동조합의 고민도 깊다. 단기적으로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소득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시간총량 규제가 적어도 소득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게 전제다”라고 말했다. 적정 운임이 보장된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최근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백운지회에서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어 운임이 많이 오른 컨테이너 차주들이 운수사와 협약을 맺었다. 건당 운임이 책정되니 더 일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도, 차주들 스스로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지역 고용을 창출하는 내용이 협약에 담겼다. 박 실장은 “노동조합도 이런 자체적인 노력을 해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전국의 화물차는 DTG(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화물차 운전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다. 현재 일부 품목(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철강재·위험물질·자동차·곡물 등) 운송 차주만 제한적으로 산재·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그 외에는 노동법상의 각종 보호도,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한다. 지입제 구조하에서 거액의 빚을 지고 번호판과 차를 산다. 쉴 새 없이 달려야 겨우 적자를 면하고, 쉬려고 해도 휴게소에 주차 공간조차 부족하다. 안전운임제는 한 화물차 기사의 표현대로 “법이 없는 전쟁터”였던 현장에 처음으로 보호망을 깔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화물차 기사들은 잠시라도 바퀴를 멈출 수 없다.

노동자로 보호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규제할 수 있을까? 어떤 노동시장이든 그 안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그들의 노동을 이용하는 대가가 조금 더 비싸지는 데에 사회가 동의해야, 그들의 노동이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이 안전해져야 사회 구성원 다수도 함께 안전해지는 분야가 여럿 존재한다. 화물차 운수 노동이 바로 그중 하나다. 이들은 ‘도로’라는 작업장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다.

운수사들의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의 최진하 상무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을 규제하는 게 최고의 안전대책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 물류비가 엄청 올라갈 거다.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여기에서 ‘우리’란 화주 기업만을 뜻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류운송비의 혜택을 받는, 동시에 그로 인해 안전의 위협 또한 받고 있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가리킨다. 한국 사회는 이 물음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 시사IN x VWL 특별기획 화물차를 쉬게 하라 - DTG 데이터로 본 365일 24시간의 노동https://truck.sisain.co.kr/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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