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모순의 늪에 빠진 경제정책
첫 번째 사례는 플랫폼 정책이다. 카카오 ‘먹통사태’가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후 카카오 사태는 카카오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장에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산업을 정책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플랫폼 산업의 독점적 특성을 감안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과 대표적 혁신산업인 플랫폼 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 시장 자율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왔다. 두 시각 사이에서 지금까지 정부정책은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강력한 정부규제가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었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을 통해 플랫폼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강력히 억제하려 했다.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의 목소리는 반기업 정서에 기반한 정치논리에 묻혀 버렸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방향이 급선회했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자율규제’ 정책을 들고나왔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규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고는 플랫폼 산업의 독점적 특성을 감안할 때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으니 시장에서 스스로 자율적으로 규제를 해보라고 시장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자율’과 ‘규제’라는 서로 상반된 개념이 한 정책 안에서 동시에 구현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시장에서는 자율규제라 쓰고 자율이라 읽는 분위기다. 정부가 뜨거운 감자를 만지기 싫어 민간에 떠넘긴 것에 다름 아니다. 자율규제 정책은 자유와 시장을 핵심가치로 내건 새 정부의 정치논리에서 파생된 무리수다. 이전 정부나 지금 정부나 모두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몰두한 나머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을 찾는 데는 소홀하다.
작금에 부각된 또 하나의 ‘정치적’ 경제정책은 재정정책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재정이 워낙 방만하게 운영돼 재정건전성이 많이 훼손됐다. 복지정책과 코로나19 대응에 포퓰리즘적 정치논리가 득세한 결과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 상승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당장의 국가채무비율이 높지 않다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주장을 근거로 방만한 재정지출이 이뤄졌다. 다행히도 새로 들어선 정부는 건전재정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천명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지출조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그런데 의아스럽게도 건전재정과 상충하는 감세정책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감세는 건전재정의 정책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세수가 줄어들면 아무리 지출 긴축을 하더라도 건전재정을 달성하기 어렵다.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이 250%에 달하게 된 것도 정부지출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조세수입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감세정책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 글로벌경제가 난기류에 빠지고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고 있는 이때 감세정책은 무리수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지출을 방만하게 했음에도 그나마 지금 정도로 재정악화를 막을 수 있었던 것도 부동산시장과 증권시장 등 자산시장 활황에 힘입어 자산 관련 세금이 많이 걷힌 덕분이다. 이제 자산시장의 호시절은 지나갔고 세수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감세정책까지 겹치면 재정악화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고 개방화된 경제에서 시장 기능을 중시하고 친기업 정책을 펴는 것은 합당하다. 그렇지만 정책은 시기와 시류에 맞아야 한다. 행여 감세정책이 새 정부 들어서 친기업적 정책을 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비롯된 정치논리가 작용한 것이라면 더더욱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탈원전 정책 등 경제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시행됐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 익히 경험했다. 이번 정부는 똑같은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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