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진의 안에서 보는 건축] 미완성의 일일생활권/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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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생활권.
신문 검색을 해 보면 이미 2008년에 일일생활권의 절반에 해당하는 반일생활권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한다.
이런 경험이 몇 번 생기면 일일생활권이란 개념이 뇌리에 깊게 새겨지면서 현실로 다가온다.
이 정도가 되면 정말 특별한 사유가 있어 기록이라도 세우려고 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일일생활권이라 하기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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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생활권. 이것은 단순한 수사학이 아닌, 오래된 현실이다. 이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부터인데 이미 반세기가 넘었다. 이후 도로망은 더욱 촘촘해졌고 항공운송도 널리 보급됐으며 고속철도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다양한 렌터카와 차량 공유 서비스까지 더하면 교통수단의 선택지는 실로 다양해진다. 신문 검색을 해 보면 이미 2008년에 일일생활권의 절반에 해당하는 반일생활권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한다. 2010년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이 개통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역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부산역까지 가면 2시간 37분. 각 도시 내에서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해도 충분히 하루에 다녀올 수 있다. 같은 경로를 자동차로 가면 4시간 49분인데 이 정도면 역시 하루 왕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경험이 몇 번 생기면 일일생활권이란 개념이 뇌리에 깊게 새겨지면서 현실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경부축 중심의 사고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다른 도시 간 이동의 실상을 동시에 느껴 봐야 한다.
경부선과 호남선상의 서울역~목포역 간 이동 시간은 고속철도로는 2시간 49분, 자동차로는 4시간 20분이니 서울역~부산역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구도를 벗어나는 순간 이동 시간은 더이상 지도상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산역~목포역 간 이동 시간은 고속철도로는 3시간 46분이며 자동차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3시간 49분이다. 실제 거리가 서울역~부산역보다 훨씬 짧은데도 고속철도 이동 시간이 더 긴 것은 경부선상의 오송역까지 올라가 다시 호남선을 타야 하기 때문이다. 즉 한반도 중남부에 거대한 ‘ㅅ’자를 그리며 가야 하는 것이다. 부산역~광주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목포에서 강릉을 간다고 하면 어떨까. 즉 북서ㆍ남동 방향의 경부축과 대칭되는 북동ㆍ남서 방향의 또 다른 축을 따라 이동한다면? 유감스럽지만 고속철도로는 5시간 34분, 자동차로도 이와 비슷한 5시간 38분이다. 고속철도로는 일단 서울을 거쳐 다시 강릉으로 가야 한다. 거리상 서울역~부산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제 이동 시간은 두 배가 넘는다. 이 정도가 되면 정말 특별한 사유가 있어 기록이라도 세우려고 하기 전에는 현실적으로 일일생활권이라 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전국의 지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여러 도시를 답사하면서부터다. 경부선과 호남선 구도를 벗어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함과 이동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속철도만 그런 것이 아니라 버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광주에서 강릉 가는 시외버스를 검색해 보면 하루 한 편에 불과하다. 그러니 일일생활권이라고 해 봐야 결국 서울 중심의 사고였던 것이다.
다행히 목포~강릉을 포함, 대한민국 전체에 ‘X’자형으로 고속철도가 놓일 예정이고 대구~광주, 부산~목포 구간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전국 일일생활권은 그때나 가야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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