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적자' 무임승차 연령 65→70세만 답일까요? [이슈스테핑]
노인복지엔 공감.. '반값 요금'도 대안으로
[파이낸셜뉴스] '시민의 발'인 지하철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현재 무임승차 대상인 65세 이상 노년층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측이 누적된 재정적자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력감축안을 내세우면서 이에 반발한 노조가 오는 30일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4일에는 서울·경기·인천·부산·대전·대구·광주 등 13개 지자체에 대한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분 국비지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심사를 통과했다. 해마다 국비 지원에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수천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혈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탈법적인 무임승차 급증을 막기 위해선 만성적인 적자 원인으로 지목돼온 무임승차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에 시작됐다. 당초 만 70세 이상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하철 요금을 50% 깎아주는 것으로 시작해 1984년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혜택 범위가 크게 넓혀져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복지 특성상 한 번 시행된 복지항목은 되돌리기 어렵다. 복지혜택을 줬다가 뺐으면 그만큼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쌓이는 지하철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 손실금은 지난해말 기준 2784억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해 지하철 이용객이 줄면서 적자 폭이 줄었다는 게 공사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2017년 3500억원,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15억원으로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났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하철 운영 공사인 서울교통공사와 공사 노조, 일반 지하철 이용객과 노년층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합리적인 해결책이 뭔지를 모색해봤다.
노인들은 무임승차가 적자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노인의 교통비 지원을 통해 오히려 다방면에서 이익이 된다고 보고 있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생활범위가 넓어지면서 노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지하철을 이용해 오고 가면서 운동 효과도 있다"며 "노인들의 건강 증진을 통해 건강보험 손실금이 줄어드는 측면을 고려할 때 오히려 국고 보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하철 이용객인 김모씨(83)는 "퇴직한 이후 수입이 하나도 없는데 무료로 지하철 타면 이동이 자유로워 사회생활에 크게 도움된다"며 "무임승차 제도가 없으면 이동을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또한 무임승차 제도 자체를 건드리기보다는 지자체 및 국비 지원 확대를 통해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공사 관계자는 "(무임승차제도는)수혜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 가장 효과 좋은 복지정책"이라며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방안이 마련되는 것 같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노조 측은 "재정 적자를 해결할 방안은 인원 감축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무임승차 제도 축소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오던 무임승차 제도를 갑자기 안 하거나 연령을 올려 축소한다면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무임승차 사업 축소는 현실성이 낮은 방안"이라고 짚었다.
대신 이에 대한 손실 보전 방안으로 국비 지원 법제화와 지하철 요금 인상을 제안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철도공사는 무임승차 손실금으로 일 년에 한 1500억원씩 지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서울시 버스 또한 준공영제로 수백억여원이 지원된다"면서 "지금 저희는 지원이 전혀 없고 오로지 지하철 요금으로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2017년부터 국회에 계속 국비 지원 법제화 요구를 해왔다"며 "지난 24일 국비 지원이 국회 예산심사를 통과했지만 이번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적으로 지원받기 위해 법제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지하철 요금도 6년째 동결돼 있다"며 "전기 요금은 또 올라가고 인건비는 올라가는데 지하철 요금이 올라가야 저희도 수익을 낸다"고 덧붙였다.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무임승차 연령 기준 상향조정에 찬성하는 쪽이 많다.
정치플랫폼 옥소폴리틱스에서 지난 10월 8일부터 현재까지 '요즘 65세 노인이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지하철, 연금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64%는 '노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노인이 맞다'라고 답한 응답률은 '모르겠다'는 답과 같이 18%에 불과했다. 일단 대한민국사회의 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인층에 편입되는 인구 수가 지속적으로 많아지는 만큼 연령기준을 높여 혈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일하는 생산가능인구 수가 줄어 이들이 내는 세금으로 늘어난 무임승차 연령대를 커버하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얘기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장모씨(27)는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고 있어 노인들은 늘어나는데 이전과 동일한 복지를 똑같이 제공할 순 없다"며 "제도를 조금이라도 손봐서 한정된 자원으로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년 뒤 무임승차 연령이 되는 경기도 주민 김모씨(63)도 "옛날엔 65세도 적당하다 생각했는데 요새 65세는 청년이다. 지하철이 적자라는데 최소한 70세는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안으로 100% 무임승차 혜택의 폭을 절반 정도로 줄이자는 제언도 내놨다.
김씨는 "노인이 50%만 내게 해도 적자 폭이 확 줄 것이다"라면서 "누구든 세금 부담을 져야 하는데 젊은 사람 혼자 100원을 내는 것보다는 노인과 반반 나눠 물면 50원씩 낼 수 있고 노인도 '나도 부담을 진다'는 만족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지하철 요금을 올리거나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모씨(52)는 "65세도 거동이 불편할 수 있고, 지하철을 공짜로 안 탈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자가용을 타거나 자식들이 모시고 다닐 것"이라며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 지원하거나 의료보험처럼 소속에 따라 지원하든지, 지하철 이용객을 대상으로 운임료를 더 올리는 등 제도 축소 대신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씨(49)는 "나이 90세 노인이 지하철을 이용하겠나. 아주 나이든 사람은 지하철도 이용하기 어렵다"며 "지하철을 타지도 못할 노인에게만 무임승차를 허용하면 형식상으로만 혜택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직원 할인혜택이나 다른 적자 요인을 줄이고 국비로 무임승차 손실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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