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만에 수익 200억원인데… ‘나이브스 아웃 2’ 극장 상영 끝?

이태훈 기자 2022. 12.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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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연말 대작 극장 先공개
마블 등 맞서 美 박스오피스 3위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대니얼 크레이그(왼쪽) 주연의 넷플릭스 연말 최고 기대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오니언’. 그간 OTT 공개 전 극장 개봉을 거쳤던 넷플릭스의 대작 영화들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지만, 자체 원칙대로 딱 1주만 극장에 걸렸다. 12월 23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다. /넷플릭스

약 1주 극장 개봉으로 최대 1500만달러(약 197억원)를 벌어들였다. 넷플릭스의 연말 최고 기대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오니언’(이하 ‘나이브스 아웃2′)이 마블·디즈니의 경쟁 영화들을 흥행력으로 넘어선 결과다.

◇넷플릭스 극장 흥행력 증명… “글로벌 개봉 땐 2억불 벌었을 것”

‘007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대니얼 크레이그(왼쪽) 주연의 넷플릭스 연말 최고 기대작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오니언’. 그간 극장 개봉을 거쳤던 넷플릭스의 영화들 중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넷플릭스

추수감사절 주간이 시작된 지난 23일 미국 극장 약 6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나이브스 아웃 2′는 주말까지 박스오피스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1위는 6400만달러 매출(스크린 4258개)을 올린 마블의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2위는 1850만달러(스크린 4174개)를 번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트레인지 월드’였다. 이들은 상영관을 6~7배 더 많이 확보하고도 흥행 효율에서는 넷플릭스 영화에 압도당한 셈이다. 전미 극장주 협회 공식 잡지 ‘박스오피스’의 수석 시장분석가 션 로빈스는 “넷플릭스가 경쟁작들만큼 스크린 숫자가 많았다면 첫 한 주간 6000만달러를 벌었을 것이고, 1주일 제한 개봉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세계적으로 2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고 CNBC방송에 말했다.

추리 소설가의 밀실 살인을 다룬 전작에 이어, 이번 속편은 갑부 친구의 휴양지 섬에 도착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야기. 007영화의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탐정 베누아 블랑을 연기하고, 데이브 버티스타, 에드워드 노튼, 케이트 허드슨 등이 출연하는 호화 캐스팅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나이브스 아웃2′는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평론가 지수 93%, 관객 지수 92%로 고른 호평을 얻고 있다.

◇”극장 45일 상영” 기대 모았지만 3분기 실적 반등에 ‘없던 일로’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그동안에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 맨’이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등 대작·예술 영화들을 자신의 OTT 플랫폼에서 공개하기 전 극장에서 소규모 제한 개봉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유료 회원을 끌어들이는데 극장을 활용하는 홍보 전략이자, 영화제 출품 등을 위해 극장 개봉을 원하는 창작자들과 타협한 결과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나이브스 아웃2′의 선전에 대해 “넷플릭스의 극장 개봉 최고 성과이자 이 OTT의 흥행력을 증명하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전통적 가족영화 시즌으로 여겨지는 추수감사절 주간에 성인용 탐정 미스터리를 앞세워 수퍼 히어로물 및 정통 가족 애니메이션과 싸워 거둔 전과인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외신들은 “통상 매출의 60~70%를 가져가는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달리 넷플릭스는 40%만 가져가 극장 수익이 컸다”는 분석도 내놨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경쟁작에 비해 TV광고 등 마케팅 비용도 3분의 1 수준으로 적게 쓴 것으로 추산된다.

‘나이브스 아웃2′의 상영관 수가 적은 것은, 넷플릭스의 ‘제한 상영’ 원칙이 극장의 이익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IPTV 등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최소 90일 상영이라는 미국 극장의 기존 관행과 타협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나이브스 아웃 2′는 코로나 사태의 터널에서 막 벗어나던 올해 초 OTT 영화 최초로 극장과 OTT 플랫폼 간에 ‘45일 극장 상영’ 합의를 이룰 것인지 여부를 놓고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관객을 잃은 극장과 유료 회원 감소 등으로 위기론이 나오던 넷플릭스가 한 발씩 물러서서 합의를 이룰 거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꺾이는 듯 했던 넷플릭스의 유료 회원수가 올해 3분기 다시 241만명 늘고, 실적도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 공동 CEO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이런 저런 논란은 늘 있어 왔다. 하지만 회원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보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본질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극장 제한 상영 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힘빠진 넷플릭스, 애타는 극장… ‘45일 상영’ 합의 이룰까

◇넷플릭스 “영화의 미래는 스트리밍”… 극장 제한 개봉 고집 바뀔까

‘나이브스 아웃’ 1편은 2019년 개봉해 5일 만에 4140만 달러, 총 1억653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그 뒤 이 프랜차이즈의 2~3편 제작권을 4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미국 극장가에서,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 흥행까지 성공했다는 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 입장에선 가장 안 좋은 시기에 싸워야 할 또 하나의 강력한 상대가 나타날 것을 예고하는 전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광고를 보면 구독료를 깎아주는 요금제를 도입해 광고가 주 수입원인 방송사들 목을 조르고, 극장 개봉으로 스튜디오들의 뒷다리까지 걸고 있다.

또 영화 ‘나이브스 아웃 2′를 그간 넷플릭스 영화에 열려 있던 미국내 3위 극장 체인 ‘시네마크’ 뿐 아니라 1·2위 극장 체인들까지 함께 상영한 것도 큰 변화다. 과거 OTT 영화 상영에 미온적이었던 극장들은 이제 넷플릭스 영화가 극장에 오래 걸리는 걸 오히려 바라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지금도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찍어내는 스튜디오. 이 때문에 오리지널 영화 제작비가 계속 늘어나고, 광고 요금제 도입 효과도 사그라드는 시점이 오면 극장 상영을 제한하겠다는 넷플릭스의 고집도 결국 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나이브스 아웃2′는 넷플릭스에서 12월 23일 전세계 동시 공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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