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어느 배우로 보시겠습니까?
“남자로 보실래요, 여자로 보실래요?” “원로 배우로 보실래요, 청년 배우로 보실래요?”
대학로 연극은 요즘 관객에게 이렇게 묻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 Hot/Ice를 고르듯이 배우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29일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오펀스’는 주인공 해롤드 역할을 남명렬·박지일·추상미·양소민 등 네 배우가 나눠 맡는다. 남자로 보고 싶다면 남명렬·박지일 중에, 여자로 보고 싶다면 추상미·양소민 중에 고를 수 있다. 같은 연극인데 모두 남자가 나오는 두 버전과 모두 여자만 나오는 두 버전이 존재하는 셈이다.
오는 1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연극 ‘아트’(연출 성종완)에는 이순재·백일섭·노주현을 묶은 시니어 팀을 따로 두면서 흥행하고 있다. 같은 연극을 원로 배우로 감상할지 청년 배우로 감상할지 관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림 한 점 때문에 세 친구의 우정이 흔들리는데, 짝지은 배우들마다 느낌이 달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는 관람 후기가 올라온다.
이렇게 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지는 까닭은 보고 또 보는 ‘회전문 관객’이 많기 때문이다. ‘오펀스’는 미국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고아 형제 트릿·필립이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를 납치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상한 동거가 시작되자 세 사람은 전에 겪어보지 못한 감정에 빠져들며 점차 가족이 되어간다.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는 알렉 볼드윈, 로버트 드 니로 등이 오른 적이 있지만 여자 배우들이 공연하기는 한국이 처음이다.
이 연극의 연출가 김태형은 “1980년대 상처받은 영혼들의 이야기인데 지금 이곳의 관객을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지점이 있다”며 “구태여 남자 배우들로 국한할 필요가 없어 미국 원작자 라일 케슬러에게 ‘여자 버전을 올리고 싶다’며 허락을 구했다”고 말했다. “대체로 여자가 남자보다 억압이나 상처를 많이 받고 자라고, 관객은 다수가 여자이다 보니 여자 버전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더 거칠고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을 보고 싶다면 남자 버전,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다면 여자 버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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