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국가균형발전,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박태우 기자 2022. 1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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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도 금융중심지지만 부산도 금융중심지입니다.” 금융위원회 이형주 금융국장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자 “서울 중심으로 한 금융중심지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이 있다.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이게 실현 가능한 거냐. 국제금융중심지가 이렇게 분산돼서 잘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을 통해서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제1법안 소위원회에서 오간 금융당국과 야당 의원 간 문답이다. 쟁점은 산업은행(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관련 법 처리.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에서 보인 태도는 놀랍다. 국가 균형 발전을 가치로 삼던 정치적·정책적 역사성은 없었다. 앵무새처럼 이전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돌려돌려서. 본질은 수도권 일극 체제 옹호다. 이날 회의 속기록에 드러난 민주당 의원들의 언행은 노골적이다. 그날 회의 장면을 더 소개하면 이렇다.

민주당의 반대를 보다 못한 국민의힘 김희곤(부산 동래) 의원은 “한국거래소나 캠코나 이런 공기업들이 부산으로 이전해서 지금 안 되고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금융위 김소영 부위원장은 한마디로 정리했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민주당 의원 중 일부가 속내를 드러낸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왜 부산으로 가야 되지요?”라고 묻는다. 이에 이형주 국장은 “산업은행 주요 기능 중에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유와 합치되는 기능이 많다” “정책적 판단과 정무적 고려에 의해서 판단이 될 것으로 이해를 한다”라고 답했다. 김성주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에 의해서 충분하게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따지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거잖아요?”고 몰아세웠다. 김소영 부위원장이 “지금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가게 되면 전반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이나 국가 전체적으로 봐서 편익이 있다”라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김 의원은 “그냥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후보가 얘기하고 당선이 됐으니 그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거듭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니 협조하기 싫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당황스럽다. 시간을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때다. 그는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기업들, 공공기관들 이백몇십 곳을 지방으로 다 옮기려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대전으로 출발하는 ‘매타 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에서 한 유튜브 생중계에서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일자리도 구할 수 있고 문화생활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하고, 자식 낳아 기를 때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사는 것이 더 낫네라는 생각이 들어야 균형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경기도에서 경기 남부 지역에 있던 것들을 북부로 많이 옮겼는데 전혀 문제없었다”라는 말도 남겼다. 이재명 대표가 언급한 공공기관에는 산업은행도 포함돼 있었다.


애초 공공기관 추가 이전의 불을 댕긴 것도 민주당이었다. 2018년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이해찬 당시 당 대표를 통해서다. 그는 수도권에 있는 122개를 옮기겠다고 했다. 이때 역시 산은이 포함됐다. 이해찬 대표는 2020년 4월 6일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 회의에서도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공언했다. 산은 부산 이전은 민주당이 약속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의 첫 물꼬다. 그동안 민주당의 공언이 표를 얻기 위한 것이었나.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4년 1월 국가 균형 발전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어 2017년까지 153개 공공기관이 순차적으로 이전하면서 1차 이전이 마무리됐다. 균형발전은 ‘노무현의 정신’이고 ‘민주당 정부의 가치’였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를 위한 실현 수단이었다. 아직 유효한가. 민주당이 답할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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