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땐 말 못했다” 재판 달구는 남욱의 증언[데스크에서]

양은경 사회부 법조전문기자 2022. 12.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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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수사는 가고 남은 공판은 볼품 없지만.’ 노래 제목을 차용한 한 부장판사의 칼럼 제목을 보고 감탄한 적 있다. 공판(재판)의 현실을 제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압수 수색, 소환 등 장면마다 주목받는 수사와 달리 재판은 ‘찬밥’인 경우가 많다. 전직 대법원장,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법정도 방청객 하나 없는 일이 상당하다. 재판 단계에서는 이미 ‘옛날 사건’이 돼 버린 데다 법정 증언은 검찰 조사 내용을 확인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30/뉴스1

그런데 한동안 관심 밖에 있던 재판이 요즘 서초동에서 가장 뜨거운 취재 현장이 됐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대장동 피고인’ 남욱 변호사의 증언 때문이다. 그는 “검찰 조사 때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며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 이 있다고 김만배씨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25일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에 대해 “(유동규, 정진상, 김용뿐 아니라) 이재명 시장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했다.

법정에서 새롭고 강력한 내용을 쏟아내는 남 변호사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법정 증언은 검사가 작성한 조서보다 가치가 높다. 검찰 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해야 증거 능력이 있지만 법정 증언은 그 자체를 증거로 쓸 수 있다. 따라서 남욱씨가 검찰에서 ‘이재명 지분’을 말하지 않았거나 지분이 없다고 했더라도 현재의 법정 증언이 우선한다.

일각에서는 “김만배씨가 부인하면 남욱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한다. 남욱 증언이 김만배씨에게 들은 말을 인용하는 형식임은 맞지만, 그렇다고 증거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316조는 이런 경우 김만배의 원(原)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특신 상태)에서 나왔음이 증명되면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 쉽게 말해 김만배가 남욱에게 ‘이재명 시장 측 지분’ 을 얘기할 때 김씨가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현직 법관은 “다소 모호한 ‘특신 상태’를 이유로 남씨 증언을 배제하기보다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그 신빙성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유동규의 진술이 주목받는다. 가장 먼저 폭로전에 나선 그는 남욱의 ‘이재명 시장 측 지분’에 대해 “그건 밝혀질 것이다. 죄 지었으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지내 대장동 피고인 중 ‘이재명 시장 측’에 가장 가까운 유씨 진술이 남욱 진술의 신빙성을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원은 검사실이 아닌 공개 법정에서 증거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공판 중심주의’를 강조해 왔지만 반향은 크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공판 중심주의를 실천하게 된 남욱 변호사의 법정 진술을 보며 이 재판의 ‘반전 묘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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