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인플레 17개월만에 둔화

[파이낸셜뉴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17개월만에 상승률이 꺾였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상승 행진이 이제 정점을 지나 하강하면서 각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압박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미국 역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 둔화세를 기록해 물가 오름세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진 바 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11월 30일(이하 현지시간) 유로존 11월 인플레이션이 전년동월비 10%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최고 수준이었던 10월 상승률 10.6%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시장에서도 상승세 둔화를 예상은 했지만 상승폭 둔화 규모가 0.2%p에 그친 10.4% 상승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유로존 물가 상승세 둔화는 전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을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 가운데 나왔다.

에너지 도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마침내 소비자 물가도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물가 오름세가 꺾임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12월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 폭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유로존 인플레이션 둔화 덕에 ECB가 15일 집행이사회에서 0.75%p 대신 0.5%p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CB 역시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처럼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금리인상에 나서 두 차례 연속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픽텟자산운용의 거시경제 리서치 책임자인 프레더릭 듀크로쳇은 ECB가 저속 모드로 기어를 바꿀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15일에는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데서 멈출 것으로 전망했다.

듀크로쳇은 또 내년 초에 시작할 ECB의 5조유로(약 6844조원) 규모 보유 채권 매각 역시 급격하지 않은 '점진적인' 매각 과정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유로존 물가상승세 둔화는 주로 에너지 가격 상승세 둔화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가격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10월 41.5%에서 11월 34.9%로 떨어졌다.

식료품·알코올·담배 등은 13.6% 올랐고, 서비스는 4.2% 오르는데 그쳤다.

유로존 19개국 가운데 14개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10월보다 하락했고, 상승률이 더 가팔라진 곳은 단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두 나라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10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물가가 가장 낮은 곳은 프랑스로 인플레이션이 7.1%에 그쳤다. 반면 라트비아는 21.7%로 유로존 19개국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