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백지시위’…홍대 앞 중국인들

곽진산 2022. 11. 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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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 않다."

30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어울마당로 광장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ㄱ씨는 '공개적인 시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느냐'는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시위가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ㄱ씨를 비롯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광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중국인 유학생 ㄴ씨는 "공개적인 시위가 두렵다"면서도 "중국에서도 애도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왔는데 한국에 있는 우리도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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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중국 유학생들 ‘봉쇄반대’ 시위 현장
30일 홍대 거리에 모인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두렵지 않다.”

30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8번 출구 어울마당로 광장에서 만난 중국인 유학생 ㄱ씨는 ‘공개적인 시위에 대한 두려움이 없느냐’는 물음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국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사고를 추모하고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이른바 ‘백지시위’가 이날 서울에서도 열렸다. ㄱ씨는 “중국에 있는 친구들은 목숨을 걸고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안전한 상태인데 두려울 것은 없다.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시위가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ㄱ씨를 비롯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광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저녁 7시께부터 광장 가운데 시진핑 주석을 규탄하는 내용의 에이(A)4 용지를 바닥에 붙인 뒤, 그 주변으로 작은 전자 촛불로 ‘1124’를 만들어 놓았다. 1124는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화재로 19명이 사상한 11월24일을 의미한다. 해당 아파트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봉쇄된 까닭에 화재 진압이 지연되면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저녁 7시11분부터는 60여명이 모여 각자 준비한 피켓을 들고 침묵을 유지하는 시위를 약 10분간 진행했다. 피켓에는 ‘중국에 자유를’, ‘굿바이 시진핑’, ‘시진핑 아웃’, ‘자유가 없으면 죽음을 달라’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무런 글씨가 없는 에이4 용지를 드는 것은 화재 사망 사건에 대한 연대 및 항의의 뜻과 함께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하려는 의도다.

30일 홍대 거리에서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한 중국인 유학생이 신원을 감추고자 가면을 쓰고 시위에 참석했다. 곽진산 기자

유학생들은 자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로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나왔다. 일부는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이날 시위는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익명으로 추진된 터라 서로의 직업, 이름, 나이도 모른 채 모였다. 혹여나 외부 세력에 의한 선동이라는 오해를 피하고자 중국 국적 외의 시민들은 참여를 제한시키기도 했다. 프리랜서 40대 한아무개씨는 “한국인도 참여할 수 있냐고 했지만, 선동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대화방에서 나가달라고 했다”면서 “대신 현장에 나와 연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침묵을 마친 뒤 이들은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봉쇄말고 자유를 원한다’, ‘독재자가 아닌 투표권을 원한다’, ‘봉쇄를 해제하라’, ‘구금자를 석방하라.’ 등을 중국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외쳤다. 중국인 유학생 ㄴ씨는 “공개적인 시위가 두렵다”면서도 “중국에서도 애도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왔는데 한국에 있는 우리도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중국인 ㄷ(25)씨는 “중국에 있는 가족들은 이런 시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통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중국이 좀 더 민주사회로 돌아간다면 좋은 것 아니겠냐”면서 “두려움 없이 시위를 지지한다”고 했다.

30일 홍대 거리에 모인 중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중국 정부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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