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봉사…“연예인이 왜 ‘문제아’들을 홍보하냐고요?” [인터뷰]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2. 11. 3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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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대책 홍보대사 배우 김혜은
2005년부터 줄곧 NGO활동
청소년쉼터 홍보이사도 맡아
남편과 함께 ‘고액기부’ 클럽
“아이들 만날 때가 가장 행복”
희망친구기아대책 홍보대사 배우 김혜은 [이승환 기자]
“인간은 남에게 베풀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내 몸을 살리고 내 영혼을 살리는 것은 나눔과 봉사입니다.”

지난 4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배우 김혜은씨는 자신의 봉사 신념에 대해 “여러 직종을 거쳐 배우를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 공허감을 느끼곤 한다”며 “이런 공허함은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하거나 봉사할 때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배우로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다양한 배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05년부터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 홍보대사를 맡아왔고, 2010년엔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홍보이사를 맡으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는 이혼·가정폭력·학대 등 가정 밖 청소년을 보호하고 상담교육활동자립지원 등을 통해 가정과 학교로 복귀시킨 후 사회 자립 지원을 도모하는 단체다. 전국에 140여개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김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아이들을 가출 청소년이라고 불렀고 문제아로 여겼다”며 “연예인 입장에선 가출한 아이들을 왜 홍보해야 하나며 홍보대사직을 거절하는 사례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쉼터 측에서 건네준 사례집을 봤더니 사실 가출하는 아이들 상당수가 문제가 있어 부모들의 속을 썩여 나온 것이 아니었다 ”며 “기본적으로 가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집이 싫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 밖이 낫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쉼터”라며 “쉼터는 하나의 ‘대안 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일정 와중에도 쉼터에 방문해 아이들을 상담하는 등 봉사하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밝혔다. 최근 청소년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던 만큼 봉사를 나갈 때마다 아이들도 그를 잘 따른다. 김씨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작품에 여러 번 출연하게 돼 감사하다고 느낀다”며 “아이들이 다른 상담사한테 안 하는 얘기도 하고 싶어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같이 사진 찍은 것을 SNS에 올리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도 한다”며 “아이들을 하루 만나면 그 시간만큼은 일주일 자랑거리가 생기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운 마음을 가진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배우들이 이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친구기아대책 홍보대사 배우 김혜은 [이승환 기자]
김씨는 남편과 함께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필란트로피 클럽’ 회원으로 가입해 오래 인연을 맺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필란트로피 클럽은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약정한 개인 후원자 등으로 구성됐다. 2014년 10월 발족해 현재 회원 315호가 돌파했을 만큼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남편이 기아대책에서 아이들을 후원하는 사진을 보고 귀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남편이 후원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필란트로피 회원이 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펜싱부 코치 ‘양찬미’역을 받아 호평받았다. 원래 부산 출신이기 때문에 부산 사투리 연기도 능숙했고, 주변에서 실제 성격과 닮았다고 얘기를 들을 만큼 비슷한 캐릭터였으나 실제 연기는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츤데레(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 캐릭터를 대사 한마디로 연기하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이 캐릭터와 꼭 닮았다고 들으면서 이런 성격인가 보다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좋은 내용과 메시지를 담고 있고,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배우란 직업에 대해선 “평생 해도 이게 잘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어려운 직업”이라며 “사람들과 세상도 관찰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실패를 많이 해보라며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삶의 끈을 놔버려선 안 된다”며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매일매일 열심히 살다 보면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하는 날이 꼭 온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다 겪는 실패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라며 “실패하더라도 절대 주저앉거나 마음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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