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대통령 86% 지지율 뒤엔 ‘댓글부대’
정부 비판 언론인 살해위협도
지난해 헌재 판사 전원 교체해
연임 가능해져 장기 집권 우려
중미 엘살바도르 정부가 인터넷 댓글부대를 조직적으로 운용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2019년 2월 당선된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숙한 인플루언서들을 고용해 여론조작 임무를 맡겼으며, 이들은 부켈레 대통령이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조직의 톱니바퀴였다고 전했다. 댓글부대에서 일했던 한 20대 인플루언서는 2019년 정부 관리로부터 대통령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보수는 월 600달러(약 79만원). 202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345달러인 엘살바도르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부켈레 정부는 인플루언서들을 고용해 특정 주제에 대해 수만건의 친정부 메시지를 생산했다.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에만 가짜뉴스 계정 5만5000개가 생성돼 부켈레 대통령을 팔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댓글부대 책임자는 장관급 인사였고, 지시는 왓츠앱과 시그널 등의 메신저를 통해 하달됐다. 댓글부대 요원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이 트위터 이용자 규정을 위반했다며 트위터 측에 이들의 계정을 정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임무까지 맡았다.
부켈레 정부는 트위터 이외에도 유튜브 계정 1500개, 페이스북 페이지 1056개, 왓츠앱 그룹 520개, 온라인 매체 62개를 친정부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장악력도 높여나가고 있다. 2배 이상의 연봉을 미끼로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 기자들을 친정부 매체로 빼돌렸다. 정부 비판 보도를 이어가는 언론인들은 온라인상의 괴롭힘이나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38세에 대통령이 된 부켈레는 능숙한 SNS 사용으로 청년층의 인기를 얻었지만 집권 후에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인권침해 등 갖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여론 장악 시도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CID 갤럽이 중남미 13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13개국 지도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 86%를 기록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확고한 여론 장악력을 발판으로 장기 집권의 길을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해 대법원 헌법재판부 판사 5명 전원을 파면하고 충성파로 교체했다. 새 대법관들은 지난해 9월 헌법의 연임 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부켈레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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