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산 챙겼지만 못 써…“의원 홍보 수단”

이세중 2022. 11. 3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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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운천/국민의힘 의원/지난 10일 : "참 제가 말씀 드리기가 어렵네요. 하여튼 서해안 선셋 드라이브 조성..."]

[이학영/민주당 의원/지난 11일 : "47호선 군포 경과하는 지하화 과제도..."]

[서범수/국민의힘 의원/지난 11일 : "(지역[민들이) 보답을 못 받고 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윤영덕/민주당 의원/지난 11일 : "지역 주민들의 아쉬움이 큽니다."]

언뜻 들어보면 국회의원 체면 깎일 만한 내용들인데 의원들 입장에선 지역구 민원을 챙기고 있다는 일종의 홍보성 발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그나마 제대로 쓴다면 다행일텐데 그렇지 않다면 의원들 생색만 내고, 예산의 비효율성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틀 전 '불용 예산' 문제를 짚어봤는데 오늘(30일)은 조금 더 들어가봅니다.

국회에서 어렵게 증액까지 했는데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예산 문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세중 기잡니다.

[리포트]

서대구역과 산업단지 구간 36km를 지하로 연결하는 대구산업선 철도.

총 사업비 1조 5천억 원의 대규모 공사입니다.

정부는 2027년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데 아직 기본설계조차 끝나지 않아 출발 지점인 이곳 서대구역에서도 공사는 시작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배정 예산은 164억 원, 국회가 정부안보다 20억 원 늘렸는데 전혀 집행되지 않았습니다.

상습 정체 구간인 북부간선도로 태릉~구리 나들목 구간, 도로 확장과 방음터널 공사가 추진 중인데, 이곳 역시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주민/음성변조 : "(공사) 아직 하진 않고요, 계속 와서 측량은 하더라고요. 소음 굉장히 심하죠. 밤이고 낮이고 없어요. 얼마나 시끄러운지..."]

이 사업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38억 원입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새롭게 편성됐습니다.

하지만 올해 집행률, 0%입니다.

모두 설계가 늦어지면서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사례들입니다.

사업은 제자리걸음이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를 의정활동 성과로 활용합니다.

추경호 의원은 "예산 폭탄"이라고 강조했고, 윤호중 의원도 "자신이 해냈다"면서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KBS는 국회가 늘린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역구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난해 예산을 전수조사했습니다.

모두 207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은 약 11조 8천억 원.

6천7백억 원가량이 국회에서 늘어났는데, 쓰이지 않은 예산이 두 배가 넘는 1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 "증액된 것도 실제로 쓰이지는 못하고 있는 거예요. 홍보하기 위해서 현수막을 붙이기 위한 현수막 증액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 거죠."]

제대로 쓰이지 못한 예산은 곧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곳에 돈이 가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 한규석/영상편집:최근혁 조완기/그래픽:김지훈 서수민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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