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도, 남아도…혹독한 겨울 앞둔 ‘푸르밀 사람들’
[KBS 전주] [앵커]
푸르밀이 오늘로 예정된 사업 종료를 철회했지만, 많은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직원 일부가 구조조정됐고, 대리점주와 화물차 기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혹독한 겨울을 앞둔 이들을 서윤덕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직원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출근길입니다.
푸르밀 노사는 사업 종료를 철회하는 대신 직원 30퍼센트를 구조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임실에 있는 공장에서만 직원 30여 명과 협력업체 직원 20여 명이 일터를 떠났습니다.
[푸르밀 희망퇴직자 :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죠. 어떻게 보면 정년퇴직하고 좋은 마음으로 후배들하고 악수하고 떠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5백 곳이 넘는 대리점주들은 팔 곳과 팔 제품이 없어 울상입니다.
대형마트, 편의점과의 거래가 끊겨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남은 거래처가 있지만 공장에서 만드는 품목과 수량이 줄어 물건을 대기도 쉽지 않습니다.
같은 납품가격에, 단가가 비싼 제품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손해까지 감수하고 있는 겁니다.
[황의성/푸르밀 남원 대리점주 : "죽지 않고 살고 있는 심정이죠. 저를 지금까지 믿고 했는데 물건을 안 가져다줄 수도 없고. 있는 것이라도 가져다주고 그렇게 하는 것이지요."]
옮길 제품이 줄면서 화물차 기사 대부분도 수입이 끊겼습니다.
화물차 백40여 대 가운데 백 대여 대가 보름 가까이 서 있습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하지만, 고통을 나누기 위해 기사마다 매달 20여만 원의 운송 요금을 덜 받겠다고 회사에 제시했습니다.
[유경선/민주노총 화물연대 푸르밀 지회장 : "기본급 이런 게 없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가야 되는 금액이 있어요. 차량 유지비, 지입료, 보험료 이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대출을 받아서 살아야 돼요. 이런 부분들이 가장 답답하죠."]
푸르밀은 경영 정상화 시점을 내년 3월쯤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넉 달.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이번 겨울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촬영기자:박용호
서윤덕 기자 (duc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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