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오명’ 전남도립대 운영, 갈수록 요지경

강현석 기자 2022. 11. 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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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3명 중 1명이 4년간 연구실적 ‘0’…기숙사는 직원숙소로 둔갑
‘책임 시수’ 못 채운 교수 징계 않고 해외여행 ‘출장’ 처리도
교육부 지원 대상서 제외 불구 최근 혁신안에 도의회 ‘갸웃’

전남 담양에 있는 전남도립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100억원 가까운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이 대학은 2021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 재정지원 대학에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탈락한 대학 50여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평가에서도 떨어졌다.

학교 명운이 걸린 교육부 진단이었지만 대학은 대비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9년 8월 진단계획을 통보했지만 대학은 11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2020년 7월 자체진단위원회를 구성했지만 회의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전남도가 설립한 전남도립대의 운영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 상당수는 연구 실적이 1건도 없었고 파손된 학교시설물은 방치됐다. 연간 80억원을 전남도민의 혈세로 지원받는 이 대학은 전국 7개 도립대 중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등 모든 지표에서 최하위다. 30일 전남도가 공개한 ‘전남도립대학 종합감사결과’를 보면 도립대 교수 41명 중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교원업적평가’에 활용되는 연구 활동이 단 1건도 없는 사람은 13명에 달했다. 이들은 업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야 했지만 대학은 일괄적으로 12점을 부여했다.

업무 태반도 다반사였다. 주 9시간의 ‘책임 시수’를 채우지 못한 교수를 징계하지 않았다. 교수 3명은 최대 4개월이나 허가 없이 다른 대학 등에서 강의했다. 개인 해외여행 을 ‘출장’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교수 중 정교수 비율은 85.4%로 다른 지역 도립대 평균(52.9%)보다 훨씬 높고, 50대 이상은 92.7%나 된다. 도립대 교수는 전남도 소속 ‘지방교육공무원’으로 신분이 보장된다.

직원들의 업무태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도립대는 2019년 12월 100억원을 들여 복합학생생활관(체육관)을 신축했다. 준공 이후 4차례 하자 검사에서 매번 균열과 누수 등을 발견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방치했다. 빗물이 유입돼 고장 난 체육관 승강기는 2년이 넘도록 수리하지 않았다. 교내에 설치된 자동판매기 8대의 운영도 2021년 1월 중지됐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놔두고 있다.

학생 기숙사를 직원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다. 대학은 2021년 기숙사 7개 실을 ‘학술 교류 외부인과 동문 등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겠다’며 6800만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게스트하우스는 7실 모두 현재 교직원들이 ‘1인 1실’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1998년 전남도가 설립한 도립대는 올해 기준 운영비 45억원과 교원 인건비 35억원 등 80억원을 도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전남도립대는 전국 7개 광역단체가 설립한 도립대학 중 신입생 충원율 등이 가장 저조하다.

전남도립대의 신입생 충원율은 2020년 91.8%, 2021년에는 83%로 크게 떨어졌다. 다른 6개 도립대학의 평균 신입생 충원율은 2020년 99.9%, 2021년 97.8%였다.

전남도립대는 내년부터 학과를 18개에서 15개로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한 ‘혁신안’을 최근 발표했지만 예산을 심의하는 전남도의회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내년 도립대 운영예산 45억원 가운데 15억원을 삭감했다. 신민호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혁신안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단호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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