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별 위험평가 강화… 産災예방 노력 따진다

곽래건 기자 2022. 11. 3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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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정책, 규제서 자율로

내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에 ‘위험성 평가’가 의무화된다. ‘위험성 평가’는 노사가 함께 작업 현장 위험 요인을 파악, 개선 대책을 세우는 제도로 2013년 도입됐지만, 의무가 아니어서 형식적으로 운용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매뉴얼 등을 만들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이 같은 방안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위험성 평가 의무화 외에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처벌 대신 기업 법인에 경제적 제재를 하는 방안, 안전 수칙을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는 근로자를 제재하는 내용 등도 담았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1만명당 0.43명인 산재 사고 사망률을 2026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0.29명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다.

이번 로드맵은 산업재해 정책 패러다임을 ‘처벌’에서 ‘자율과 책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위험성 평가 의무화가 핵심으로, 노사가 사업장에서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대책을 세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에 300인 이상 기업부터 시작해, 중소기업은 2024년부터 업종·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의무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위험성 평가를 했는지, 사고 방지 대책이 적절한지, 노사가 참여했는지 등을 지도·점검한다. 산업안전 감독도 내년부터는 위험성 평가 위주로 실시한다. 정부가 직접 규제하고, 사고가 나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노사가 스스로 규율을 정해 예방하도록 하고, 사고가 나면 예방을 제대로 했는지 따지겠다는 것이다.

679개에 달하는 복잡한 산업안전 관련 규정도 단순화하고 노사가 별도 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논란이 된 중대재해처벌법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CEO 등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게 해, ‘법인에서 일어난 사고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반발이 많았다. 이를 경영책임자 처벌 대신 기업 법인에 과징금을 매기는 등 경제적 제재를 주겠다는 것이다.

안전 수칙을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는 근로자를 제재하고, 현장 작업 중지권도 강화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작업 중지권은 사고 발생 전이라도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현장 근로자나 고용부 감독관이 공정을 멈출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한 구체적 상황 등을 자세히 만들어 안전을 위한 작업 중지를 과감하게 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이 밖에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법을 일원화하는 방안, 산재 사고가 많은 중소기업에는 안전 진단과 컨설팅, 시설 개선 등 지원방안도 포함됐다.

로드맵에 포함한 대책들은 위험성 평가나 산업안전 관련 규정 단순화 등 정부 규칙만 바꾸면 되는 것들이 많아 시행이 어렵지 않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개편은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작업 중지 완화와 노동자 처벌 등 경영계가 지속해서 요구한 규제 완화가 곳곳에 박혀 있다”고 했고, 민주노총은 “기업 처벌·감독은 완화하고 노동자 의무·통제만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경제 단체들은 “정책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규제가 강화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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