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 수송 절반은 파업과 무관…주유소 ‘품절’ 아직은 미미
휘발유 8일분·경유 10일분
전국 재고 수준은 유지 중
화물연대 파업 7일째인 3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경유가 동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만 차량 확보로 석유제품 출하량이 늘어나면서 휘발유와 경유 주유소 재고분은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이나 수협 탱크로리까지 동원하는 등 비상계획을 마련해놓고 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휘발유와 경유 등이 품절된 주유소는 26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3곳, 경기 6곳, 인천 4곳 등 수도권 지역에 집중됐다. 비수도권에 위치한 주유소 중 품절된 곳은 충남 3곳이 유일하다.
정유 4사 중에서는 수도권 지역 직영주유소 비율이 높은 현대오일뱅크를 중심으로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우선 공급을 해 일부 직영주유소에 품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 수요가 많은 주유소를 중심으로 품절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는 전국 주유소 재고를 휘발유는 8일분, 경유는 10일분가량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차량을 더 투입하는 등 출하량이 늘어 재고가 전일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품절 현상이 ‘제2의 요소수’ 사태처럼 전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제품 자체가 절대 부족했던 요소수와 달리 휘발유와 경유는 정상적으로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운송만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주유소나 대리점에서 직접 수송업체를 통해 휘발유와 경유를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요소수는 10ℓ 충전 시 1만㎞ 이상도 운행할 수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는 1주일에 한 번 이상을 넣는 차도 있어 상황이 악화되면 충격은 더 커진다.
수도권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고 소규모 차량으로 운영하는 수송업체와 거래하는 주유소도 많다”며 “재고가 이틀 뒤에는 소진돼 걱정이었는데 먼저 수송업체에서 연락이 와서 물량을 나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같이 주유소나 대리점에서 직접 유류제품을 실어 나르는 비율을 전체 유류 수송량의 약 50%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이수역 인근 셀프주유소를 방문해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품절 주유소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 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시멘트 분야에 이어 정유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비상수송체계 가동해
군용 탱크로리 등 투입 준비
정부는 지난 24일 ‘정유업계 비상상황반’을 구성, 수송 차질이 있거나 우려되는 경우 정유사 간 협조,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한 비상수송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석유제품 수송 차질이 점차 심화될 상황에 대비해 12월1일부터 군용 탱크로리 5대, 수협 보유 탱크로리 13대를 긴급 투입할 예정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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