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저항 정당성 인정한 쌍용차 판결, 노란봉투법이 옳다

기자 2022. 11.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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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30일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에 저항한 행위는 정당방위”라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대법원 앞에서 ‘손해배상액 30억원’ 이라 적힌 종이를 찢어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10억원대 배상금을 물게 한 판결이 30일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노동자들이 위법한 공권력에 맞서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에 손상을 입혔다면 국가(경찰)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 쌍용차 파업 발생 13년 만에야 나왔으니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이날 판결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파업을 진압한 국가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임이 확인됐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월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 옥상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헬기로 노동자들이 있던 옥상에 유독성 최루액을 무차별적으로 뿌렸다. 헬기를 옥상 30~100m 위에 띄워 강한 바람을 일으켰고, 기중기에는 컨테이너를 매달아 떨어뜨릴 것 같은 동작을 취하며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경찰은 헬기와 기중기가 손상되자 노동자들에게 손해를 물어내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노동자들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가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경찰청장이 사과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도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의 손배 소송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3권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가는 노사 간 분쟁 발생 시 중립적 위치에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사측의 일방적 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자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더욱 신중하게 대처해야 옳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찰력을 투입하고 그 비용을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청구했으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쌍용차 노조에 대한 국가의 손배소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파업 과정에서 사측이 파업 참여 노동자들의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했고, 이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소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공장 점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손배소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조선소 배 안에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고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한 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을 옥죄기 위한 손배소는 반헌법적이며, 시민의 상식과 법감정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기업들은 노동자 상대 손배소를 모두 철회하는 것이 옳다. 국회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배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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