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방위비 증액 용인하고 중국 자극한 윤 대통령의 외교

기자 입력 2022. 11. 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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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중국의 일방적인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도 밝혔다. 주변국의 예민한 안보 현안과 관련해 거침없이 말을 내뱉은 것인데, 문제는 이 말들이 모두 정부의 기존 입장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 말들만 보면 한국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 입에서 나온 발언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액 움직임에 대해 “일본 열도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국방비를 증액 안 하고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위비 증액 같은 사안에 대해 “일본의 방위안보 정책이 평화헌법의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방위예산을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1%에서 5년 뒤 2%까지 늘리고 반격 능력을 갖춘 무기 조달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북한 미사일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중국 견제를 위해 강화된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북한 위협만을 이유로 들어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섣불리 용인할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 내 반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일본 미사일이 상대방 미사일에 적중한 뒤 상대 영토에 낙하하는 것이 전수방위를 규정한 헌법에 맞는지부터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동남아 국가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역내 세력균형을 흔들 요인으로 본다. 자국이 중·일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윤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현상변경은 모든 질서와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존 입장은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서 채택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일방적인 현상변경’ ‘강하게 반대한다’ 등은 미국이 대만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한국이 주변 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신냉전의 촉진자가 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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