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필수부문 파업
전 세계 필수부문 파업이 거세다. 106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간호사노조는 이달 10만명이 이틀간 파업에 돌입한다. 저임금 생활고에 시달리는 와중에 이주노동자 대체인력이 부족해 업무강도는 세졌다. 영국 의사협회도 정부가 임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인데다 철도, 구급차, 우체국, 학교까지 멈춰서고 있다. 지난주 프랑스에서는 법복 입은 예심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과로에 시달리던 젊은 판사가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도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아서다. 프랑스 의사들도 정부에 공공의료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이례적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노조와 남아공 공무원노조 등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공공부문 긴축으로 노동여건이 악화되고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깎이면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 필수서비스를 멈추는 것은 파업 참가자들로서도 부담이다. 갈등을 조율하고 해소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브렉시트로 경제위상이 추락한 영국 정부는 임금 인상 재원이 없다며 노조들을 설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판사 충원계획을 내놨다. 미국은 9일로 예고된 30년 만의 철도파업을 막으려 정치권이 움직였다. 백악관이 중재해 5년간 임금 24%를 인상하는 노사 잠정합의안을 마련했고, 유급병가 추가 도입을 둘러싼 이견으로 물류비중 2위인 철도(26.9%)가 멈춰서는 경제 피해를 막기 위해 여야가 합의안을 의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대화와 멀다. 화물연대가 파업하자 안전운임제 폐지에다 사업자 자격 취소를 거론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밥줄 끊겠다’는 으름장만 요란하다. 일각에서는 미 레이건 정부의 1981년 항공관제사노조 파업 대응 방식을 모델로 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만2000여명의 관제사가 파업에 나서자 복귀명령에 응한 수백명을 제외하고 전원 해고하면서 집권 초기부터 ‘노조 죽이기’ 시범 케이스로 삼았다. 관제탑은 대체인력으로 채웠다지만 화물운송 역량은 빨리 회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 요리칼이 필요한 주방에서 도끼 휘두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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