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⑥]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히다… SSG는 심리 싸움에서 졌다

김태우 기자 2022. 11. 3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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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숀 모리만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키움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2위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중요했던 경기는 역시 2차전이었다. 1차전에서 3-6으로 진 키움은 2차전에서 상대 선발인 아담 플럿코를 두들기며 결국 7-6으로 이겼고, 이 경기에서 이기면서 시리즈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당시 논란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플럿코를 ‘어느 시점에 교체 했었어야 했느냐’였다. 투수 교체야 결과론적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결국 LG 벤치가 난타당하는 플럿코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법 나왔다. 반대로 키움은 내일이 없는 투수 운영을 계속해서 선보였고, 그것이 높은 확률로 적중하면서 SSG의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됐다.

2차전 이후 김원형 SSG 감독에게 “당사자였다면 플럿코를 어느 시점에 교체했겠느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난색을 표하더니 “이용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교체를 고려했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폰트가 그 상황이었다면 교체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특히나 김 감독은 정규시즌 때도 이닝 중간 교체보다는 되도록 위기 상황을 선발에게 맡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키움과 4차전에서 같은 고민에 직면해야 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동시에 타격감까지 끌어올린 SSG는 4차전을 앞두고 묘한 기대가 있었다. 어쩌면 팬들이 기대하는 것과 선수단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방심이라는 단어까지 연관시키는 건 무리지만, 그래도 고척에서 열릴 2경기를 모두 잡고 인천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선발 로테이션에 대체 선수 하나를 끼어 넣어야 했던 키움은 1년 이상 선발 등판이 없었던 좌완 이승호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형적인 선발이라기보다는 일단 던질 수 있을 때까지는 던지는 투수라고 봐야 했다. 키움이 4차전 선발을 숨기기는 했지만 SSG의 예상에서 벗어나는 선수는 아니었다. SSG가 분석을 했던 후보군 중 하나였고, 신인급 투수도 아니라 선수들의 머릿속에도 적지 않은 데이터가 있었다. 두 번째 투수로 키움이 양현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반대로 SSG의 4차전 선발 숀 모리만도는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이래 좋은 기세를 선보이며 시즌을 마쳤고, 키움을 상대로도 약하지 않은 선수였다. 3차전과 정반대로, 4차전 선발 매치업은 누가 봐도 SSG의 우위였다. 1차전에 불펜으로 나가 씁쓸함을 남겼던 모리만도의 파이팅도 대단했다. 모리만도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통역들이 “어마어마한 투지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SSG가 1회부터 득점에 성공하면서 3차전의 기세를 이어 가는 듯했고, 모리만도의 1회 공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믿었던 도끼가 SSG의 발등을 찍었다. 키움은 2회부터 절묘한 번트로 SSG 내야와 모리만도를 사정없이 흔들기 시작했다. 번트 수비에서 가장 불안감이 있었던 투수는 오원석이었는데 오히려 모리만도가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3회부터는 자신감이 붙은 듯 모리만도의 공을 정타로 때려내기 시작했다. 장타가 있었던 건 아닌데 키움의 기관총에 모리만도가 무너졌다. 투수진에 여유가 있는 SSG는 결국 교체 타이밍을 놓고 고민해야 했다.

▲ SSG는 키움의 작전 야구에 허를 찔리며 4차전을 내줬다 ⓒ곽혜미 기자

김 감독은 1-5로 뒤진 3회 1사 상황에서 노경은을 투입하며 모리만도를 포기했다. 혹자는 다소 늦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래도 후반기에 좋은 활약을 펼쳤고, 연습경기 성적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투구를 하고 들어간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이 아주 늦지는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모리만도는 2⅓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고 6실점(5자책점)을 한 뒤였다.

불펜이 역투를 이어 가며 키움의 발걸음을 붙잡았고, 타선도 1-6으로 뒤진 7회 최정의 2타점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7회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타순에서 2점에 그친 것도 아쉬웠고, 8회와 9회에도 베이스를 꽉 채우는 만루 찬스를 잡고도 1점을 내지 못한 건 결국 패착으로 이어졌다. 키움은 김재웅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 끝에 SSG의 추격을 뿌리치고 값진 1승을 거뒀다.

3차전과는 정반대였다. 키움은 선발 매치업에서 앞서 있는 3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급했다. 4차전은 SSG가 그랬다. 역시 이 경기는 잡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타자들이 정확한 타이밍에서 스윙을 하지 못했다. 한 베테랑 선수는 “공이 안 보인 건 아니었는데, 나부터 시작해서 다들 조급 급하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SSG의 삼진은 단 4개였다. 무리하게 볼을 친다는 느낌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기 중반까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들을 오히려 정확하게 콘택트하지 못했고 후반에는 득점권 기회에서 대다수 침묵했다. 야구는 심리의 게임이라는 것이 3‧4차전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가운데, SSG와 키움은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상반된 표정과 함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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