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시달리는 산업계] 경부선만 하루 38만명 타는데… 철도노조도 2일 파업
핵심쟁점은 '철도공단 이관여부'
정부 "혈세 낭비 방지위해 검토"
화물연대, 서울 지하철노조에 이어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철도노조보다 먼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철도고객센터지부는 지난 28일 오전 4시를 기점으로 전면파업에 나선 상태다. 경부선만 해도 하루 평균 약 38만명(2021년 기준)이 이용하고 있어 승객들의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도노조 파업은 2019년 11월 이후 3년 만이다.
◇"인력충원·철도민영화 철회하라"=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코레일의 탈선을 멈추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단체교섭에서 코레일 관리자들이 승진 독식과 불평등한 임금체계를 고집하고 있어 노조가 총력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파업 이유를 내세웠다.
특히 11월 5일 발생한 경기도 의왕 오봉역 사망사고를 비롯해 올해에만 4명의 철도노동자가 직무 중 사망했는데, 국토교통부는 노조와 현장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철도공사는 예산과 권한을 핑계로 뒷전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11월 5일 철도공사 오봉역에서 입환업무를 하던 철도노동자는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올해만 벌써 4번째 죽음"이라며 "인력충원과 이동통로 등 작업조건 개선을 줄곧 요구했지만 정부와 공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 노조 관계자는 "철도민영화 정책 철회, 수서행 KTX 운행 및 고속철도 통합, 공정한 승진제도 마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1000여명이 넘는 인력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오봉역 입환작업(차량의 분리·결합·전선) 인력 충원으로 최소 3인1조 근무 지정 △전국 주요 철도기지 입환작업 실태조사 및 근본 재발방지책 마련 △혁신가이드라인의 정원감축·구조조정 계획 중단 △수도권 광역전철역 혼잡도에 따른 실태조사 노사정 공동 진행 등을 요구했다.
◇철도 유지보수업무의 철도공단 이관 여부가 핵심=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토부는 (코레일과 노조 간 관계에서) 제3자 입장이다. 노사 협상 타결이 잘 되길 바란다"며 "있지도 않은 민영화를 들고 나와서 정치적인 파업을 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주장뒤에 숨어있는 핵심 쟁점은 철도시설 유지보수와 관제권의 국가철도공단 이관 여부다. 국가철도공단은 공기업으로, 철도 시설의 건설을 담당한다. 고속열차(KTX) 등을 운영하는 코레일은 철도기반시설 유지보수부터 철도교통관제·운영까지 담당하고 있다. 철도법에 따라 2004년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단에서, 철도교통관제는 국토부에서 각각 위탁받았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고속철도는 코레일이 납부하는 철로사용료로 유지보수비용을 충당(100%)하고, 일반철도 유지보수비용은 국고 지원을 받는데 매년 9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기준으로도 일반철도 유지보수비(7702억2600만원)와 고속철도 유지보수비(2208억3300만원)는 총 9910억5900만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국토부는 이 비용의 75%가 인건비와 경비로 지출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철도공단이 철로를 건설하고 유지보수는 코레일에 위탁하지만 철로 개량은 다시 철도공단이 맡는 구조인데, 이 같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철로를 건설한 철도공단이 유지보수도 가장 잘 하니 이를 모두 철도공단으로 옮겨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철도시설 안전체계 정밀 분석과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내년 용역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용역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이 모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8조의 '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라는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지난달 30일 개정 발의안 내용으로 개최하려던 '철도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철도시설 유지보수 정책토론회'에는 철도노조가 기습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개정안을 통해 해당 조항이 삭제되면 시설유지보수 업무는 철도공단으로 돌아가게 된다. 철도노조는 이를 철도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억지 주장으로 보고 있다. 혈세 낭비 방지를 위해 업무를 공기업에서 또다른 공기업으로 이관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철도민영화 계획이 전혀 없으며, 연이어 발생하는 철도사고 대책으로 안전체계를 면밀히 진단하고 안전업무의 국가 이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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