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에너지 정책, 이대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할 것인가

한겨레 입력 2022. 11. 30. 19:40 수정 2022. 12. 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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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혁신정책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왜냐면] 박지혜

사단법인 플랜 1.5 변호사

세상은 확실히 변했다. 지난 10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간한 <세계 에너지전망 2022>을 펼치며 든 생각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전세계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것이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전세계적 화석연료 수요는 석탄(2020년대), 가스(2020년대말), 석유(2030년대)순으로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그 빈자리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가 채울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 역시 이런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지난여름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국내 대기업 열곳 중 세곳은 해외거래처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적이 있었다. 2050년까지는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약속하는 RE100 캠페인 동참을 선언한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390개에 달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고,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이 강화되면서 부품과 원료 조달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Scope3 배출량) 관리 요구 역시 증가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새 정부는 이런 변화에 꿋꿋이 홀로 맞서려는 것처럼 보인다. 28일 공청회를 앞두고 공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로 21.6%를 제시했다. 연료전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과 같은 신에너지를 제외한 순수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19.5%에 불과하다. 5년 전 발표한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보다 오히려 후퇴한 목표치다.

전 세계가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기존에 수립한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축소하려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그렇다면 온실가스 배출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이에 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낮아진 재생에너지 비중만큼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기본계획 초안에 제시된 설비 구성 계획을 보면 이미 41.2GW에 달하는 가스발전 설비를 2036년 63.5GW까지 확대하고, 현재 삼척·강릉에서 진행중인 대규모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역시 계획대로 진행해 석탄발전 용량도 단기적으로는 증가하게 된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산업부는 “원전과 신재생을 최대한 활용하더라도 화석연료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통령 임기 내 화석연료 비중을 40%대로 감축하겠다는 국정과제 이행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감축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석탄과 가스발전 설비 이용률이 2030년대에 대폭 낮아질 것이라 전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2036년 가스발전 설비 이용률은 15.8%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정작 탄소비용 부담 확대, 석탄총량발전제 등 구체적인 감축 제도 도입에는 침묵하고 있어, 과연 위에 제시한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10.5GW에 달하는 운영중 원전의 계속 운전 허가를 통한 원전비중 확대 정책 또한 그 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실현 가능성에 큰 의구심이 든다. 이미 수년전부터 주요 원전에 조성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설치를 위해 필수적인 근거 법령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누출과 수소제거장치 논란 등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현재 운영중인 원전들이 정말로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기본계획 초안은 국회 상임위 보고를 거쳐 전력정책심의회를 통해 연말쯤에는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세상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것인가, 아니면 앞장서 나갈 것인가.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첫 단추가 어떻게 채워지는지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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