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이상민 해임안 발의… 野 "국민 명령" vs 與 "인질 정치"

최형창 2022. 11. 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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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강대강 대치
野 “158명 참사 한 달 아무도 책임 안져”
당 내부서 탄핵소추안 직행 강경론도
정기국회 종료 열흘 앞두고 긴장 최고조
민주 본회의 단독 개회 가능성 커지자
주호영, 국힘 의원 전원에 비상 대기령
“해임건의안이 간식거리냐” 野 비난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책임’을 강조했다.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158명이 희생된 ‘참사’가 발생했는데 한 달 넘도록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정부 고위 인사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충암고)·대학(서울법대) 직속 후배이자 현 정권 ‘실세’로 통하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조사 시작에 앞서 기세를 꺾고 가겠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결정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박 원내대표, 이수진 원내대변인.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과 소방의 고위직 인사권을 지닌 장관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소방공무원과 용산구청 관계자가 제대로 자료를 제출하고 증언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이후 본격적으로 국정조사 국면으로 접어드는데 이 장관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자료제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장관 파면은 국민과 유가족의 준엄한 명령인데 윤 대통령은 책임을 묻기는커녕 재난안전대책을 세우는 태스크포스(TF) 단장까지 맡겼다”며 “공개석상에서는 ‘고생이 많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책임 있는 윗선 수사는 파면에서 시작하는 만큼 윤 대통령은 민심과 맞서지 말고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해임건의안 대신 탄핵소추안으로 직행해야 한다는 더 강한 의견도 일부 있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발의와 탄핵소추안 직행 두 가지 안을 두고 고심했다. 박 원내대표는 “책임에는 세 단계가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물러나는 게 첫 번째인데 한 달 넘게 기다렸으나 대통령과 장관이 응답하지 않았다”며 “그다음은 반강제적 방식인 해임건의안이다. 입법부 요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결자해지 측면에서 이 장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또 거부하면 강제적 방법인 탄핵소추로 가게 되는 것이다. 국민 동의를 더 끌어내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민주당이 결국 해임건의안 발의 및 탄핵소추안까지 예고하면서 정기국회 종료를 열흘 앞두고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은 더 악화됐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고, 결과에 따라서 책임이 있다면 묻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시작도 전에 파면하라고 요구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자제와 관용으로 성공할 수 있다”며 “어렵게 놓은 협치의 다리를 민주당이 먼저 깨서는 안 된다.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전원에 국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민주당이 12월1일과 2일 본회의를 단독 개회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독단적 국회 운영에 대비해 이틀간 국회 경내에서 비상대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처리를 막겠단 각오지만, 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공 배경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감추기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뜬금없는 해임건의며 탄핵이며 들고나오는 건가”라며 “민주당도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자기 당의 사법리스크를 피하겠다는 건가.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에게 해임건의안은 출출하면 꺼내 먹는 간식거리가 됐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인질 정치’는 예상을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국회를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선 만에 하나 해임건의안을 빌미로 예산안 심사 등이 차질을 빚으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각오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우리가 요구하는 예산안 처리 기본 입장과 원칙을 끝내 거들떠보지 않고 거부하면 저희는 저희 단독의 수정안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형창·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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