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자동차 구독 시대, 우리는 준비 됐는가

2022. 11. 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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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겸 연구교수

올해 여름 'BMW 엉따(엉덩이 따뜻)' 사건으로 자동차 구독경제가 논란의 중심이 된 적이 있다. BMW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구독형 옵션 패키지인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열선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등을 일정 금액을 내고 매월 또는 매년 단위로 구독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열선시트 구독료는 1개월에 2만4000원, 1년에 23만원이었다.

차에 있는 열선시트까지 돈을 내고 구독하라고 하니 상당한 비난과 논란이 생겼다. 결국 BMW코리아가 한국에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자동차 그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는 예전부터 있었다. BMW, 볼보, 토요타, 현대자동차 심지어 포르쉐까지 몇 년 전부터 자동차 구독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구독서비스는 이제 오래된 구독모델이다. 이제는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2035년이 되면 자율주행차시장 규모가 1조1204억달러, 약 1500조원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의 2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런 엄청난 시장이다 보니, 해외 자동차 업계는 주도권을 잡으려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테슬라는 자율주행 구독상품인 FSD(Full Self Driving)를 출시했다. 1회성 구매 가격은 1만2000달러(약 1600만원), 월 구독료는 199달러(약 26만원)이다.

한 번에 1600만원을 받고 판매하는 게 더 이익일 텐데, 왜 26만원에 불과한 구독 상품을 판매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의하면 "해당 서비스는 2025년까지 테슬라 매출에서 6%를 차지할 것이지만, 해당 구독서비스의 총수익은 테슬라 전체 수익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 대비 4배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래 모빌리티(자동차)의 큰 특징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는 달리는 사무실, 학교, 영화관, 게임방, 도서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달리는 스마트팩토리도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자를 시킨다면 주문 접수와 동시에 차에서 만들면서 배달을 하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구독서비스를 자동차 회사가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모빌리티 회사가 구독서비스로 얻는 이익은 훨씬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 점에 대해서 필자는 지속적으로 칼럼 및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플레이어인 기업도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난 4월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자동차 내부로 침투하는 구독경제'는 신차 소비자의 구독 서비스 채택률(평균)이 30%라는 가정 아래 서비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11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12개 업체(상위 11개 완성차 제조사+테슬라)의 2019∼2021년 연평균 영업이익인 109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번 전망치는 서비스부문 영업이익률을 10%로 가정해 계산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2021년 포브스 글로벌 2000 리스트' 분석에 의하면 IT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해외 평균 영업이익률은 17.5%라고 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영업이익률 10%는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향후 자동차 판매보다 자동차 관련 구독서비스 이익이 2∼3배 정도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멀미를 예방하기 위해 직접 운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애플은 자율주행차에서 멀미를 해결해주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5년 전 특허출원했다. 이 기술은 VR 헤드셋, 컨트롤러, 프로젝터를 조합해 가상현실 환경에서 승객에게 시각적 신호를 제공해 멀미를 완화시킨다. 이 VR헤드셋 등을 통해 커머스와 연계돼 쇼핑몰 광고, 차가 지나가는 지역의 식당, 여행지의 선전 등 다양하게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또한 애플카 전용 멀미예방 구독서비스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구독 서비스는 우리 상상을 뛰어넘는 분야로 발전할 것이다. 자동차가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면서 네이버, 구글, 카카오처럼 디지털플랫폼 역할을 자동차 회사가 할 수도 있다.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해 기회를 놓친 기업들이 꽤 많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기업들에 비해 구독경제에 대한 준비가 늦은 감이 있다. 자율주행시대에 대비해 2017년 애플이 멀미 예방 특허를 낼 때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개발 전담 '지능형 안전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이제라도 정부도 기업도 각성하고 모빌리티 구독경제 시대에 걸맞은 체계적인 계획과 동시에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과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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