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中 시위 계기 다시 모인 홍콩인들 "독재 반대, 노예 반대"

이규화 2022. 11.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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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밤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참가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홍콩은 중국 민주화의 눈물입니다. 1989년 6·4 천안문 민주화 시위 때 영국 통치하 민주주의를 구가하던 홍콩인들은 열렬히 응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민주화 시위는 무참히 제압당했습니다. 1997년 7월 1일 '홍콩반환' 후 홍콩인들 역시 야금야금 자유와 민주주의를 침식당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홍콩인들은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비참하지는 않다는 자존심으로 버텨왔습니다. 결정적 전환은 2019년에 왔습니다. 마침내 일어선 홍콩인들의 민주회복 시위를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중국본토송환법과 국가보안법이란 '악법'으로 틀어막은 겁니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등도 겹치면서 홍콩에서는 자유와 민주 회복 시위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랬던 홍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중국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 시위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홍콩 명보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중문대에서는 학생 약 100명이 모여 "PCR(유전자증폭)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런 구호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 시내 고가에 내걸렸던 현수막의 구호와 일치합니다.

학생들은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 시위 정보를 공유하며 모였고,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은 A4용지 등 백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는데, 이는 중국 칭화대 학생들이 했던 백지 시위를 따라한 겁니다. 당국의 검열에 대한 항의로 소셜미디어에서도 '백지혁명(白紙革命)' 또는 'A4 Revolution' 등의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 역시 최근 중국 시위 현장에서 등장한 노래입니다.

명보는 "이날 오후 7시께 100여 명이 모였고 일부는 흰색 꽃과 촛불로 바닥에 '1124'라는 모양을 만들었다"며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은 체포와 중국에 있는 가족의 불이익 등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이번 시위가 널리 알려지길 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1124는 11월 24일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로 19명이 죽거나 다친 날입니다. 해당 아파트가 봉쇄된 까닭에 화재 진압이 지연되면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퍼져나간 것이 지난 주말 중국 코로나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명보는 "시위 참여 학생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변호사의 연락처, 캠퍼스 탈출 통로, 체포 시 대응법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AP 통신은 "독재 반대! 노예가 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잊지 말라. 용서하지 말라"는 구호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AFP 통신은 학생들이 "외면하지 말라. 잊지 말라. 우리는 외세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 젊은이들이다"라고 외쳤다고 전했습니다.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왜 내가 두려워해야 하나? 나는 홍콩인이다. 나는 마음이 아파 나왔다"고 쓴 커다란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도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전날 저녁 8시쯤 약 50명이 센트럴 지하철 입구에 모여 헌화하고 초를 켜놓으며 우루무치 희생자들을 추모했습니다. 시민들은 현행 12명 이상 집합 금지 방역 규정을 의식해 소그룹으로 쪼개져 자리를 지켰고, 일부는 백지를 들어 올리며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이 현장을 에워싸고 추모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했습니다.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를 촉매로 반(反)공산당, 반시진핑 구호가 나오는 가운데 홍콩도 다시 시위가 일어나면서 이번 중화권의 민주화 요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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