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고통에 세계 곳곳 노동자 파업 이어져···미국 철도 파업 가능성에 의회 개입 선언

박은하 기자 2022. 11. 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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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콘웨이의 노퍽 서던 철도 정류장에 화물 열차와 콘테이너가 운송을 대기하고 있다. 콘웨이/AP연합뉴스

급격한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각국의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경제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세계 곳곳의 연말연시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간호사 노조가 다음 달 15(현지시간)일과 20일 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에서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간호사 노조의 전국 규모 파업을 106년 노조 역사상 처음이다. 노조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실질 임금이 2010년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19.2%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의사와 구급요원, 구급차 기사들도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가 진행 중이다.

영국 철도해운노조 노동자 4만여명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연말연시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일에는 기존 열차의 5분의 1만 운행한다. 철도 노조는 올해 들어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이미 수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앞서 영국의 우편 및 택배회사인 ‘로열 메일’ 노동자와 대학 강사, 스코틀랜드 교사들도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프랑스에서는 일반 개업의들이 다음달 1일과 2일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물가상승률에 맞는 진료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치안 판사 및 법원 사무원, 변호사들도 지난주부터 시작한 파업 촉구 서명에 돌입했으며 현재 8000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한 판사의 과로사를 계기로 프랑스 법조계에서는 인력부족과 사법행정 부실화 문제가 대두됐다. 프랑스 정부는 인력 증액을 약속했지만 판사들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회사 노동자들은 지난 28일 하루 동안 임금 협상 결렬에 따른 경고성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내년도 임금으로 12%에 해당하는 월 400유로(54만6000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8.44%인 월 208유로(28만4000원) 인상과 1000유로(146만4000원) 일시 보너스 지급을 제시했다. 올해 오스트리아 물가는 지난해에 비해 11% 상승했다.

호주의 소방관, 항공 승무원, 간호사들도 임금 인상과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요구하며 12월 중 파업을 목표로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두고 사측과 협상 중인 미국에서도 철도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철도업계 회사들과 근로자 11만5000명을 대표하는 12개 노조는 올해 9월 백악관의 중재로 2020년부터 5년에 걸쳐 임금을 24% 인상하고 매년 1000달러(132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체결했다. 하지만 4개 노조가 이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합의안에 유급병가 보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주요 부결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기한인 12월9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1992년 6월 이후 30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전역에서 철도 파업이 시작될 수 있다. 미국 화물 운송의 30%를 철도가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되면 전면적인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파업을 막기 위해 의회까지 나설 태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하원은 철도파업을 봉쇄하기 위해 노사 양측에 잠정합의안을 강제로 부과하는 법안을 30일 상정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경제적 악영향과 실업사태를 우려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 개입 요청에 따른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우리는 거의 모든 가정의 삶에 영향을 줄 재앙적인 파업을 막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의회 개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의회가 직접 철도노조 파업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1994년 10월 이래 28년만의 의회 개입 사례가 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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