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믹스트존에서 ‘축신’ 메시 만나고 온 썰 푼다! [카타르통신]

서정환 2022. 11. 3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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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루사일(카타르), 서정환 기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 PSG)를 코앞에서 만나고 왔다.

아르헨티나는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에 위치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 2022 C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메시의 결승골과 추가골 어시스트가 터지면서 멕시코를 2-0으로 이겼다.

1차전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일격을 당했던 아르헨티나(1승1패, 승점 3점)는 첫 승을 신고하며 조 2위로 기사회생했다. 아르헨티나는 12월 1일 폴란드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경기가 열린 루사일 스타디움은 8만 8966석을 보유한 카타르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이날 구장이 매진사례를 이루며 브라질 대 세르비아의 첫 경기가 열렸을 때 입장한 8만 8103명을 넘어 카타르 월드컵 최다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축구의 신’ 메시를 보러온 팬들을 수용하기에는 이 구장도 너무나 좁았다. 경기시간을 두 시간 앞둔 시점에서 루사일 지하철역에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팬들이 파도처럼 쏟아져나왔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응원가를 열창했다. 장외부터 두 팀의 기싸움이 대단히 치열했다.

약 9만명이 들어찬 관중석에서도 정확하게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관중이 반반으로 갈렸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응원가를 부르니 귀가 멍멍하고 바로 옆자리 사람과도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데시벨을 측정해보니 90DB이 나왔다.

메시를 취재하기 위한 전세계 취재진들의 경쟁도 뜨거웠다. 국적을 불문하고 스포츠기자라면 꼭 한 번 보고 싶은 선수가 메시 아닐까. 월드컵은 기자증이 있어도 해당경기 티켓을 신청해서 승인을 받아야 경기장 입장이 가능하다.

전세계에서 700명 넘는 기자들이 일제히 몰렸다. 미디어센터에 500석이 넘는 거대한 책상이 있는데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한국 등 외국기자들에게 책상이 없는 기자석이 주어졌는데 그것도 감지덕지할 노릇이었다.

실제로 본 메시는 평소에 어슬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쓸데없는 에너지를 쏟지 않고 여유가 넘쳤다. 경기가 시작할 때 메시가 동료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축구의 신에게 세례를 받는 광경이었다.

멕시코에서 기본적으로 2-3명이 메시를 밀착마크했다. 아무리 메시라도 도저히 공간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늘상 이 정도 수비에 시달린다는 듯 여유가 넘쳤다. 경기 중 상대 수비수들과 농담도 자주 주고받았다. 멕시코 선수들도 메시가 넘어지면 달려와서 일으켜줬다.

메시는 한 번 맡은 골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9분 앙헬 디 마리아의 패스를 받아 박스 중앙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대회 첫 필드골을 뽑았다. 이날 처음 때린 슈팅이 정확하게 골대 구석을 찔렀다. 메시가 왜 세계최고인지 보여주는 한 방이었다. 메시는 후반 42분 엔조 페르난데스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메시의 골과 어시스트도 멋있었지만 아르헨티나 팬들의 반응이 장관이었다. 4만명 넘는 팬들이 일제히 “메시! 메시! 메시!”를 외쳤다. 감격해서 우는 팬들도 너무나 많았다. 축구선수라기보다는 인류를 구원한 ‘메시아’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경기 후 선수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믹스트존으로 이동했다. 이날 20여명의 한국기자들이 있었지만 믹스트존 티켓을 얻은 행운아는 기자를 포함해 단 세 명이었다. 믹스트존에만 기자들이 100명 넘게 있었는데 대부분이 아르헨티나 기자들이었다. 메시는 물론이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한 취재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아르헨티나 기자가 아닌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경기 종료 후 90분이 지나서야 선수들이 한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여전히 메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메시는 워낙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뷰를 따로 했다. TV에 나오는 메시의 목소리를 녹음을 하는 아르헨티나 기자들이 날카롭게 “조용히해라”라고 소리쳤다.

경기가 끝난 뒤 두 시간이 지나 현지시간 새벽 2시가 됐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상황에서 갑자기 장내가 술렁였다. 드디어 ‘축신’ 메시가 나타났다. 수십명의 기자들이 갑자기 메시에게 몰렸다. 메시는 매일 겪는 일이라는 듯 편안한 얼굴로 방송사와 인터뷰를 한 뒤 다시 취재기자들에게 다가왔다.

실제로 본 메시는 정말 체격이 작았다. 그럼에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특히 눈빛이 정말 초롱초롱 살아있었다. 1골, 1도움의 맹활약으로 아르헨티나를 구한 ‘축신’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는 경기종료 후 2시간이 지났음에도 각종 인터뷰에 시달리느라 아직 샤워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메시는 매우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줬다.

수십명의 아르헨티나 기자들 사이에 끼어 겨우 녹음기를 갖다대 메시의 목소리를 담았다. 아르헨티나 친구를 둔 지인을 통해 겨우 메시의 말을 번역할 수 있었다. 

- 리오! 오늘 승리에 대해 말해주세요! 지금 행복한가요?

물론입니다. 오늘 경기서 승리하면서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첫 경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거든요. 우리가 다시 진정한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패배한 뒤에는 사실 정말 힘들었거든요. 이 경기에서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많이 불안하고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따라줘서 우리는 승리할 수 있었죠.

- 첫 경기에서 패하고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어요. 동료들을 믿고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효과가 있었나요?

우리 팀이 월드컵 시작부터 오늘까지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을 보여줬기에 서로를 믿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이미 승리했죠. 우리 대표팀이 36경기 연속으로 무패를 달렸기에 한 경기 졌다고 그 기록을 모두 지울수는 없었죠. 오늘 멕시코를 상대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멕시코가 날뛰도록 놔두면 우리가 더 많이 뛰어야 하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죠. 비기거나 지는 상황은 너무 힘듭니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였고 모든 상황이 복잡했어요.

- 리오! 당신이 골 넣기까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리머니를 더 격하게 했나요? 오늘 평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세리머니를 했는데요?

사실 전반전 경기가 너무 치열했고 뛰기 힘들었죠. 상황에 쫓겼습니다. 공간을 찾지 못했고 상대도 마찬가지였어요. 멕시코가 우리와 동등하게 뛰려고 했고 라인과 라인 사이를 잘 닫았어요. 우리는 한쪽 라인과 반대편 라인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마무리를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죠.

후반전에는 훨씬 우리다운 경기를 했어요. 움직임이 좋았고, 우리 강점인 라인 사이에서 패스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골이 터졌죠. 첫 골을 넣은 다음에는 상황이 바뀌었죠. 어쨌든 우리는 승점 3점을 얻어야만 했죠. 우리가 해야만 하는 플레이를 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했죠. 다행히 페르난데스의 멋진 골이 우리를 도왔죠.

- 리오! 이 경기를 이기면서 해방됐다고 생각해요?

네! 다음 경기로 가기 위해 굉장한 해방이었죠. 우리 자신을 지키면서 마음에 평화를 찾았고요. 힘든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때로는 너무 많은 잡생각이 들어 자신을 지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까 말했지만 우리 팀은 준비돼 있고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아주 중요한 작은 스텝을 밟았을 뿐입니다. 이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남았고 목표를 완성할 것입니다.

- 리오! 승리 후에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나요? 다음 폴란드전은 다르게 준비를 할 생각인가요? 더 침착하고 편안하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예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좀 더 편안하게 우리 경기를 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항상 똑같은 축구를 하면서 상대를 이겨왔고, 라이벌들을 지켜봤어요. 확실히 승리를 하면 마음에 평화가 옵니다. 이제 첫 승을 했지만 큰 목표의 시작일 뿐입니다.

- 첫 경기를 패한 뒤 당신은 팬들에게 믿음을 보여달라고 말했죠. 당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할말이 있나요?

없습니다. 계속 믿어주세요. 오늘 경기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될거라 알고있었죠. 우리 팀은 아주 오래전부터 싸울 준비를 해왔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오늘 해준 것처럼 단지 용기를 주는 것이죠. 한 경기를 졌다고 모든 것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처럼 우리가 다시 하나로 뭉치면 중요하고 좋은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죠.

- 당신 가족들도 오늘 승리를 즐겼나요?

물론이죠.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그랬습니다. 솔직히 첫 경기에 패하고 쓴소리도 많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슬퍼했죠. 하지만 오늘 국민들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서 우리 모두는 아주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리오! / jasonseo34@osen.co.kr

[번역] 이지윤, 이상빈, 신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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