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기훈 사건’ 미완의 정의, ‘불법 수사 책임’ 시효 없어야

한겨레 2022. 11.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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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30일 나왔다.

국가권력이 폭행·가혹행위 등으로 사람을 다치고 숨지게 하거나 사건 조작·은폐 등을 저질렀을 때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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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씨. <한겨레> 자료 사진

‘유서대필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에는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30일 나왔다. 이 사건은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던 1991년 분신자살한 고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의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혐의로 동료인 강기훈씨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2015년 재심에서 유서의 필적감정이 거짓으로 드러나 24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다. 이로써 검찰 수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원이 다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그동안 1·2심 재판부는 위법한 필적감정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강기훈씨 조사 과정에서 밤샘 조사를 하거나 폭언·폭행으로 자백을 강요하고 변호인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등 위법행위가 있었음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심 판결 이후인 2018년 8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권위주의 통치 시기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의 경우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따른 국가배상에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은 유서대필 조작 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늦었지만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검사 개개인의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다. 강압·조작 수사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은 강씨가 당시 서슬 퍼런 검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을 도외시한 판단이다. 해당 검사들은 형사처벌은커녕 민사상 책임도 지지 않고 넘어가게 됐다. 이제껏 반성과 사과조차도 없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은 정치적 위기에 처한 귄위주의 정권의 주문으로 검찰이 민주화운동을 흠집내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정치적 불법 수사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사건의 책임을 묻는 데 현행법상 한계가 있다면 입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은 반인권적 국가폭력범죄의 민형사상 시효를 없애는 특례법안을 지난 28일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가권력이 폭행·가혹행위 등으로 사람을 다치고 숨지게 하거나 사건 조작·은폐 등을 저질렀을 때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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