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때 140조원 날린 유럽 … 통큰 보조금 뿌리며 기술확보 사활
위기의 K반도체 中
유럽연합(EU)은 2021~2022년 반도체 부족난으로 1000억유로(약 138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반도체의 EU 역내 생산을 강화해 반도체 부족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서신을 EU 집행위원회에 보냈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지정학적 갈등 상황과 공급망 불안정, 확대되는 기술 격차에 유럽도 위기감을 느끼며 기술 자립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유럽은 1990년대 반도체 산업의 강자로서 생산뿐 아니라 소재, 장비, 연구개발 등 생태계가 골고루 발달했다. 2000년대까지 키몬다, ST마이크로, 뉴모닉스, NXP, 인텔 등의 유럽 생산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럽 가전 산업이 도태되고 투자 비용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생산의 주도권을 아시아 기업들에 넘겨주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로 유럽 내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배경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유럽 내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계획에 나섰다. EU 회원국들은 반도체 지원법안(European Chips Act)에 최근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투자를 끌어올리고 유럽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이를 위해 430억유로(약 59조원)의 예산을 책정했고 반도체 기업 투자금액의 20~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2023년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의 맹주' 독일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마그데부르크에 인텔 반도체 공장을 유치했는데 인텔은 독일과 EU에서 70억유로(약 9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럽은 특히 대만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U 대표단은 지난 6월 대만을 방문해 유럽 내 투자를 논의하는 장관급 회의를 진행했고 TSMC는 이후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유럽 공장 건설에 대한 예비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승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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