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예산 감액 강행땐 경기 충격···성장률 최대 0.1%P 하락"

세종=서일범 기자 2022. 11. 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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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전문가 '예산안 파행' 경제 영향 긴급진단
野, 尹예산 삭감안 단독처리 공세
전문가 64% "부정적 영향" 전망
"투자·소비 심리 위축될 것" 경고
'법인세 인하 필요' 응답 82% 달해
"美, 예산 변경 대통령 거부권 있어
이번 기회에 제도 개선 고민해야"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을 깎아 단독 처리하겠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감액 예산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후반대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까지 줄이면 경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예산안을 확 늘려야 한다던 민주당이 갑자기 감액으로 돌아선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서울경제가 재정·거시 전문가 11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예산안 긴급 진단 결과 응답자 63.6%는 예산 감액시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시점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대답한 전문가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의 비중은 각각 18.2%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감액 예산의 규모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정부 지출이 줄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5~0.1%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내년도 GDP 성장률이 1.7%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 지출 축소에 따라 성장률이 최대 1.6%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는 “내년에는 정부가 재정을 가지고 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하는데 각종 정책을 제대로 못 펼칠 경우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지금은 통화 긴축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확장 재정이 필요한 때”라며 “통화 긴축에 따른 이자 부담이 광범위한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에 특히 취약 계층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산 감액이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예산이 축소된다는 메시지 자체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예산 제도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야당의 ‘묻지마 감액’이 가능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국회가 칼질하더라도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없어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의미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재정정책학회장)는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예산안의 변경에 대해 거부권을 갖고 있고,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예산안 변경 자체가 의회 해산 요건이라 예산안을 뒤집으려면 총선을 다시 치른다는 각오를 가져야 할 만큼 중대한 안건”이라며 “우리 헌법에 분명한 결함이 있는 것이라 이번 기회에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감액 대상 사업을 면밀히 뜯어봐야 하겠지만 야당도 소비나 수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업까지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약 감액 예산이 통과될 경우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당정도 야당 탓만 할 게 아니라 전략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야당과 단순히 정치 논리로 맞서지 말고 내년 경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어떤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지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 역시 “정부안(案)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전략으로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 상당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내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세율을 인하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법인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중은 82%에 달했다.

앞서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과표구간도 4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으나 ‘부자 감세’라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릴 경우 기업 투자와 고용이 각각 5.7%포인트, 3.5%포인트씩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최근 10여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했으나 우리나라만 거꾸로 세 부담을 높였다”며 “법인세가 부자 법인, 가난한 법인을 나누는 개념이 아닌 만큼 부자 감세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세종=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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