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서도 이제 ‘청불’을…최민식 <카지노> 주목

OTT 한국 점유율 5위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커낵트’ 등 청불 시리즈로
‘디즈니=가족물’ 고정관념 깨뜨려
‘마블’ 박서준·‘스타워즈’ 이정재
아시아 특수성 겨냥 캐스팅·투자
첫 ‘흑인 인어공주’ 기대감도 커

루카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CEO가 30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디즈니콘텐츠 쇼케이스 2022’를 열고 내년도 라인업 작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디즈니 제공

2019년 11월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시장에서 1년간 디즈니플러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점유율(올해 1~9월 월간 활성 이용자수 기준, 공정거래위, 모바일인덱스)을 보면, 넷플릭스가 38.22%로 1위다. 티빙, 웨이브, 쿠팡 플레이에 이어 디즈니플러스(5.61%)는 5위다. 국내 시장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이미지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혹은 마블시리즈를 보기 위한 OTT 정도로 인식된다. 눈에 띄는 오리지널 드라마도 없었다. 개그맨 유재석까지 투입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성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가 30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 2022’를 열고 연말과 내년 선보일 OTT 시리즈와 극장 개봉작을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한국 주력 작품은 모두 ‘청불’(청소년관람불가)이다. <카지노> <커넥트> <간니발> 모두 폭력 수위가 높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담은 선 굵은 작품들이다. 디즈니플러스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함께 공개된 내년 극장 개봉작들은 <인어공주> <백설공주> <피터팬> 등 기존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특히 <인어공주>의 실사판인 <더 리틀 머메이드(The Little Mermaid)>에서 할리 베일리의 노래 한 곡 전체가 공개됐는데 취재진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아시아 태평양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시도해보지 않았던 콘텐츠의 새로운 부분인 일명 ‘화이트 스페이스(whitespace)’를 중요하게 여기고 이제 막 그 여정을 시작했다”면서 “K-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인도네시아 로맨틱 코미디 및 호러 장르처럼 특정 지역에서 높은 인기를 얻거나 현지 시청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로컬 스토리텔링을 위해 더 많은 지역적 특수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이야기가 월트디즈니 100년 대계를 준비하는 중심축이 돼 수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카지노>를 비롯한 선굵은 ‘청불’ 드라마 시리즈는 디즈니를 구원할 수 있을까.

<커넥트> <카지노>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컷. (왼쪽부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카지노>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이날 소개된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작품은 모두 12편이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다. 목숨을 걸고 필리핀 카지노 사업에 베팅해 성공한 사업가인 차무식(최민식)이 살인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민식의 드라마 연기는 25년만이다.

이날 현장 무대에 오른 강윤성 감독(<범죄도시>)은 최민식이 <카지노> 시나리오를 다 읽고 “매력적”이라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 파견된 한국 경찰 오승훈 역은 대세 배우로 떠오른 손석구, 차무식의 오른팔 정팔 역은 개성있는 배우 이동휘가 연기한다. 드라마, 액션, 서스펜스가 모두 담긴 작품으로 시즌 1은 다음달 21일, 시즌 2은 내년 공개된다.

<커넥트>는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로 잔혹한 스릴러물이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인 ‘커넥트’ 동수(정해인)가 장기밀매 조직에게 납치당해 한쪽 눈을 빼앗긴 뒤, 자신의 눈이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살인마(고경표)에게 이식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쫓는 추격전을 그렸다. 공포영화 <착신아리>를 만든 미이케 다케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2월 7일 전체 회차가 공개된다.

싱가포르 쇼케이스에 참석한 정해인은 “<설강화>에서 보다 더 월등한 신체를 가진 존재라서 자신감을 갖고 연기했다”며 “감독님께서 다크 히어로라고 하셨는데 여기서는 히어로가 되고 싶은 정의로운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고경표는 자신이 연기한 연쇄살인마를 “악의 본질”이라고 소개했다.

마약 거래를 잡으러 다니는 수사 전담반 형사 이야기를 담은 <최악의 악>도 디즈니플러스의 내년도 라인업 작품이다. 마약으로 인한 살인사건 등 강력 범죄가 소재다. 한동훈 감독, 지창욱 주연으로 현재 촬영 중이다.

기존 프로그램의 다음 버전도 잇따라 공개된다. 유재석과 이광수가 MC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더존 : 버텨야 산다 2>, 배우 이성민이 열연한 <형사록> 시즌 2도 내년 방송된다.

아버지의 불륜을 안 후 인생 내리막길을 걷는 주인공 우주(이성경)의 복수와 사랑을 담은 드라마 <사랑이라 말해요>는 2023년 공개된다. 이광영 감독, 배우 김영광·이성경은 이날 싱가포르 행사장 무대에도 올랐다.

강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도 대기 중이다.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가 출연한다. 과거 비밀 요원이었던 부모들과 그들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사판 <인어공주> 3분 공개된 노래, 박수 세례

할리 베일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판 영화 <더 리틀 머메이드>에서 애리엘 역할을 맡았다. 디즈니 제공.

이날 디즈니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디즈니 내년 개봉작 중 가장 눈길을 끈 영화는 인어공주의 실사판 <더 리틀 머메이드>였다. 인어공주 애리엘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가 노래를 부르는 3분 가량의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베일리는 최초의 ‘흑인 인어공주’라는 이유로 일부 팬덤에서 ‘미스 캐스팅’ 논란이 있었다.

그는 물 속에서 자유롭게 거닐며 감미롭고도 힘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영상이 끝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콘서트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순간적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이 작품은 내년 5월 공개된다.

숀 베일리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프로덕션 사장은 할리 베일리 캐스팅을 두고 감독 롭 마셜의 ‘원픽’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이 캐스팅할 때 보통 2~3명 후보군을 추려서 말해주는데 이번에는 감독이 ‘1명 있다’고 해서 스크린 테스트를 했다. 베일리가 이 역의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리엘이 스크린 테스트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완벽한 애리엘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별똥별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디즈니의 새 뮤지컬 애니메이션 <위시>의 한 장면. 디즈니 제공

디즈니는 이외에도 백설공주 스토리를 21세기 버전으로 다룬 <스노우 화이트> <피터팬 앤 웬디> <무파사 : 라이온 킹> 등 실사판을 차례로 내놓는다.

디즈니의 52번째 애니메이션인 <위시>는 내년 11월 개봉 예정이다. 별똥별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아리아나 디보스가 목소리 연기했다. 노래로 채워진 이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내놓는 작품이다.

내년 공개 예정인 픽사 애니메이션인 <엘리멘탈>을 만든 피트 손 감독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면서 “부모님이 <엘리멘탈> 작업 중에 돌아가셨다. 부모님의 사랑과 희생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애니메이션 회사와 협력해 만든 <이와주(IWAJU)>는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와주>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내년에 공개된다.

마블 스튜디오는 내년 2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5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를 개봉한다. <로키> 시리즈 시즌 2도 내년 중에 공개된다.

한국 배우들도 디즈니 작품에 잇따라 선을 보인다. 배우 박서준은 영화 <캡틴 마블>(2019) 속편인 <더 마블스>에 출연을 확정했고, 이정재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타워즈: 애콜라이트>(STARWARS: THE ACOLYTE)에 캐스팅됐다. 이날 녹화 영상으로 등장한 이정재는 “디즈니 가족의 일원이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