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출금리 상승속도, 2000년 이후 가장 빨라
과거엔 은행 대출금리 인상폭
기준금리 상승분 절반만 반영
최근 자율권주자 상승폭 커져
예금금리 인상 경쟁 여파로
주담대·전세대출까지 '불똥'
금융당국이 금융사들 대출금리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 것은 각 사가 자금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그 직격탄을 대출금리가 맞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고, 부동산 침체기와 맞물려 영끌족의 비명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을 금융시장 불안 요소로 보고 진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2000년 이후 금리 인상기 중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기준금리가 2.5%포인트 인상됐는데 같은 기간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36%포인트 뛰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각각 2.01%포인트, 3.3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보다 대출금리 상승폭이 훨씬 큰 편이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8월까지 기준금리는 연 3.25%에서 연 5.25%로 2%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가계대출 금리 상승폭은 1.65%포인트였다. 2010년 6월부터 1년간 기준금리가 연 2%에서 연 3.25%로 1.25%포인트 인상되는 동안에도 가계대출 금리는 0.3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2017년 10월부터 약 1년간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올랐지만 이 기간 가계대출 금리 상승폭은 0.12%포인트로 미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엔 기준금리 상승분의 절반 정도만 대출금리에 반영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는 은행의 자율권이란 명목하에 기준금리 인상분이 대출금리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건 은행들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예·적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렸다. 은행 정기예금은 올해 초 연 1%대 후반에서 이달 연 5%를 넘어섰다.
문제는 예금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올라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각종 대출금리를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은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이 29%에 불과해 대다수가 금리 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에 노출돼 있다. 고정금리가 대부분인 미국과 다른 점이다. 코픽스 산정 요인 중 수신 상품의 금리 기여도가 80%를 웃돈다.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98%로 공시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였는데, 이는 9월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이 반영된 것이다. 코픽스는 올 들어 2.29%포인트 뛰었다. 올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시장 돈맥경화도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은행의 채권 발행은 자금 조달을 위한 핵심 수단이지만, 채권시장이 얼어붙은 까닭에 금리가 크게 뛰었다. 금융채 6개월물과 1년물 금리는 지난 1월만 해도 연 1.5~1.7% 수준이었는데 이달 각각 4%대 후반, 5%까지 치솟았다. 은행 모바일 플랫폼 덕분에 금리 쇼핑이 쉬워진 것도 은행의 수신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시장 안정에 부담 요소로 작동하자 당국이 모니터링 수준을 격상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영신 기자 / 채종원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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