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개월치 급여 주고 내보내는 이유 있었네…'인당 생산성 2억6500만원' 흔들리는 은행원

2022. 11. 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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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인력 감축 지속
정규직원 1년 새 4300명 줄여
인뱅은 500명 증가
시중은행, IT 인력 모집 애쓰지만
“기존 은행권은 매력 없다”
인뱅에 쏠리는 인재에 골머리
한 시중은행의 대면 영업 창구 풍경.[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비대면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은행권과 인터넷은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점포 수 감소와 함께 대면 영업에 할애됐던 고정지출을 줄이려 인력 긴축에 애쓰고 있다. 반면 디지털에 특화된 인터넷은행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세를 불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금융권 모두가 눈독 들이는 정보기술(IT) 인력의 선호가 인터넷은행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하며 시중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년 새 4300명 시중은행 떠나…인터넷은행은 인력 34% 보충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국내 시중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5만7000여명으로 지난해 동기(6만1300명) 대비 4300명가량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2020년 3분기(6만3400명)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100여명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했을 때 인력 감소세는 더 커졌다.

이러한 추세는 은행들의 영업 환경이 변화한 탓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전환의 필요성을 체감한 은행들은 꾸준히 점포 수를 줄이고, 비대면 서비스 영역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면 서비스 인력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은행들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3111개로, 2년 전 동기(3659) 대비 약 600개 이상 감소했다.

은행권의 고질병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한몫했다.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 구조는 높은 직급과 연차에 지불하는 인건비 비중이 큰 탓에 주된 비용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의 보상을 강화하는 등 자발적 퇴사의 조건을 확대해 인력구조 개편에 나선 이유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한 직원은 총 2092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0여명이 늘었다. 올해 가장 먼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보상 규모로 최대 39개월 치 급여를 내걸며 지난해(최대 28개월 치)에 비해 보상 규모를 키우기도 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 또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보상 규모에 관심이 주목된다.

한 시중은행의 대면 영업 창구 풍경.[연합]

이에 희망퇴직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또한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 비해 희망퇴직의 조건이 좋아졌고, 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인력 개편의 목적이 있지만 은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재들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어, 은행에 마냥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인력 관리에 골머리를 앓는 시중은행과는 달리, 인터넷은행은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국내 인터넷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1950명으로 지난해 말(1454명)보다 약 34%(496명)가량 상승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5년 전 처음 출범한 인터넷은행이 서비스와 사업체의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는 영향이 크다. 또 대면 영업을 하지 않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비대면 전환에 따른 생산성 악화를 고민할 상황도 아니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약 3억5000만원으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평균(2억6500만원)에 비해 약 3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은행은 매력 없다”…시중은행, IT 인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게티이미지뱅크]

신규 인력 확충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최근 은행권 채용 시장은 금융권의 비대면 전환에 발맞춰 IT 인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IT 인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을 지망하는 IT 인력들의 선호는 여전히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로 쏠리는 경향이 크다.

가장 큰 요인은 디지털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된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와는 달리, 기존 금융권에서의 디지털 인력은 시스템 관리 등 부수적인 업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물론 시중은행들 또한 최근 비대면 전환 사업을 추진하며 디지털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짜인 조직 특성상, 업무 자유도나 직무역량 개발 등의 매력 요인이 뒤처진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한 시중은행의 IT담당 직원은 “인원이나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당장 은행들의 개발 업무와 관련해서도 주요한 부분은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신입사원들이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겠나”라며 “조직의 관점 자체가 IT로 돌아가느냐 마느냐는 생각보다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IT 인력 총합은 4493명으로 전체의 8.2%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IT 인력 비중은 34.4%(734명)로 시중은행에 비해 약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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