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감사인 지정 '진통'…결국 한영회계법인

김명환 기자(teroo@mk.co.kr) 2022. 11. 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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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이해충돌 우려에
삼일·안진 반납 후 한영 지정
자산 2조 이상 대기업 감사
대형 회계법인 4곳만 가능
담당 인력 부족한 금융당국
"모든 자문·용역 알 수 없어"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외부감사인으로 결국 EY한영이 최종 결정됐다.

30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상이 된 현대차에 대해 삼일PwC와 딜로이트 안진을 차례로 지정감사인으로 지정했으나 두 회계법인 모두 지위를 반납했다.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결국 유일한 대안인 EY한영이 지정감사인으로 지정된 셈이다. 2019년에 도입된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6년간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한 후 3년간은 당국에서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현행 외부감사법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감사는 사실상 4대 회계법인이 맡도록 하고 있다. 올해까지 삼정KPMG가 감사를 맡아왔기 때문에 나머지 3개 회계법인만 현대차 감사를 맡을 수 있는 셈인데, 당국이 지정한 2곳이 차례로 지위를 반납하면서 결국 남은 1곳의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EY한영은 앞으로 3년간 현대차의 회계 감사를 맡게 된다.

당초 지난 10월 지정 감사인 사전 통지 때 금융당국은 삼일PwC를 현대차 외부감사인으로 정했다. 그러나 삼일PwC 측에서 현대차의 자문을 맡고 있어 감사인 지위를 반납했다. 이후 11월 11일 금융당국은 딜로이트 안진을 지정 감사인으로 재지정했다.

그러나 딜로이트 안진 역시 2주간 검토 끝에 독립성 훼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정 감사인 지위를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딜로이트 안진은 현대차의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용역을 맡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계업계 안팎에선 "당국의 감사인 지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감사인 지정에서 두 번이나 이해 충돌 여지가 발생해 재지정이 이뤄지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에만 229곳의 감사인을 지정했는데, 적은 인원으로 많은 기업을 지정하다 보면 각 기업의 상황을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며 "당국이 기업의 모든 자문·용역 상황을 알 수 없고, 만약 알려고 한다면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 후 문제점이 예상되면 재지정을 요청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도 "매해 주기적 지정제 대상이 200여 곳이 되는 만큼 당국이 대상 기업들의 모든 것을 알기 힘들 것"이라며 "현대차가 특이한 사례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가 지정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했다.

올해 주기적 지정 대상 기업 가운데 '최대어'로 꼽힌 현대차는 삼정KPMG와 2021사업연도에 33억원 규모로 감사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으로 따지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삼성전자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딜로이트 안진 입장에선 현대차의 감사인을 반납했지만 올해 자유 수임 성과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딜로이트 안진은 최근 삼성전기와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새로운 감사인으로 결정됐다.

LG화학도 내년부터 딜로이트 안진이 회계감사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감사인 지위를 따낸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LG그룹 주력 사업의 기업을 맡게 된 셈이다.

대형 금융지주들의 수임전 결과도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삼일PwC가 새 감사인으로 결정됐고, 우리금융지주는 삼정KPMG가 내년부터 감사를 맡는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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