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사고 터지면 지주 회장까지 제재, 과도한 관치 아닌가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는 물론 금융지주 회장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권 내부통제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라임펀드 사태와 우리은행 자금 횡령, 카카오페이 전산 장애 등 소비자와 금융사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고가 났는데도 해당 내용을 몰랐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진이 책임을 피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대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무조건 대표이사와 지주 회장에게 책임을 묻다 보면 과도한 관치로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적절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정상 운용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중대 사고 범위와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다. 막상 사회적 파장이 큰 사고가 발생하면 아무리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소명해도 변명으로 들릴 수 있다. 중대 사고 범위에 대해 금융위는 "추후 구체적인 정의와 사례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이현령비현령'식으로 규정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각에서 이번 논의 결과에 대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사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내부 통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관치 금융'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등 반(反)시장적 개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금융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은행 및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47위로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금융산업이 관치와 경직된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권 내부통제제도 개선 방향도 과도한 관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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