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중국과 흑사병 이후 동유럽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2. 11. 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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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유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아파트 단지는 하루아침에 통째로 봉쇄된다. 반발이라도 하면 공안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참다 못한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섰지만 정부에 진압됐다. 반면 공산당 핵심의 기득권은 더욱 강화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기 연임을 확정 지었다.

지금 중국은 14세기 흑사병 이후 동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다. 일손이 감소하자 동유럽의 기득권 영주들은 농민들을 더욱 쥐어짰다. 노동자 자녀들은 몇 년씩 영주를 위해 무임금 강제노역을 해야 했다. 억압적인 중세 농노제가 강화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에서 자유가 위축되고 기득권이 강화된 상황과 겹친다.

당시 서유럽은 달랐다. 농민들은 부역을 줄여주지 않으면 영지를 떠나겠다고 했다. 실제로 더 높은 임금을 좇아 영지를 탈출했다. 이에 대응해 서유럽 영주들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시도를 하기는 했다. 영국 영주들은 자신들 허락 없이 영지를 떠나면 징역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었다. 임금을 흑사병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농민 반란 앞에 굴복해야 했다.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서유럽 노동자는 봉건적 세금이나 벌금,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졌고 호황을 맞은 시장경제의 핵심 일원이 됐다"고 썼다. 자유의 확대는 서유럽에서 과학이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출현하는 바탕이 됐다. 반면 동유럽은 자유가 억압되면서 경제 발전이 서유럽에 크게 뒤처졌다.

중국도 자유가 위축되면 경제 발전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억압적 사회에서는 창의와 혁신이 죽는다. 기업은 권력 눈치를 보게 되고 권력과 유착하게 된다. 기존 기업은 권력의 힘을 빌려 파괴적 혁신을 들고 나온 신생 기업을 짓밟기 마련이다. 이런 사회는 선진국 기술과 제품을 모방하는 단계를 영영 벗어날 수 없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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