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국민 통합으로 3高의 고통을 넘자

입력 2022. 11. 30. 17:24 수정 2022. 11. 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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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규제·교육·연금 개혁 등
중장기 과제 시급한데
노동쟁의는 극단 치달아
상생의 지혜 찾아야 할 때

◆ 매경이코노미스트 ◆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의 2022년이 저물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5.7%의 인플레이션, 미국 이자율 인상 여파에 휩쓸린 3.25%의 기준금리, 그리고 강달러 기조 속에 1400원을 오르내리는 환율로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경제가 멍들고 국민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3고의 한파에서 가계와 기업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408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75만원으로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명목소득은 3.0%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소득 분배는 악화됐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5분위 배율(하위 20%의 대비 상위 20%의 소득 배수)은 4.81배로 전년 동기 4.55배보다 높아졌다.

기업도 어렵다. 생산지수는 0.8% 상승에 그쳤고 재고지수는 9.5% 상승했다. 설비 투자는 12.5%로 상승했지만 건설 투자는 -3.6%를 기록했고, 소매판매액지수는 -0.7%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외거래는 더 심각하다. 10월 통관 기준으로 수출은 -5.7%인데 수입은 9.9%로,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67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9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0.26%로, 전월(0.02%) 대비 13배 올라 2017년 6월(0.28%) 이후 5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한국은행 1.7%, 한국개발연구원(KDI)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국제통화기금(IMF)이 2.0%로 낮춰 잡고 있다. 2022년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2.6%임을 감안하면 평균 1.8% 내외의 2023년 성장률은 우울하다. 더욱이 대부분 기관이 물가상승률을 3%대로 내다보고 있어 고물가 속의 저성장 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2023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경제적 고통의 원천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대부분 대외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 몇 년간 너무 과대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다소 진정돼야 하나 버블 붕괴로 이어져서는 안 되고,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커지는 원리금 상환 부담도 완화돼야 한다. 미국 기준금리와의 차이로 해외 자본 유출 등 부작용 우려는 있지만 국내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속도의 조절이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만성적 적자재정 구조를 균형재정 기조로 전환하는 것은 중요하나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는 완급 조정의 묘(妙)가 필요하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내수 진작은 소비보다는 투자 촉진에 역점을 두는 것이 성장 잠재력 배양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경제 침체에 따른 충격에 취약한 저소득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원점에서 재점검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해야 한다.

3고의 경제적 고통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의 중장기적 과제의 적극적 추진이 시급하다. 그렇지만 최근과 같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노동쟁의와 정치 갈등하에서는 개혁 추진이 어렵다. 고물가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불만은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극단적 대립은 3고의 충격을 더욱 심화하고 연장시킬 뿐이다. 금년 영화 중 화제작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에서와 같이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상생의 지혜를 찾는 것이 현시점에서 성공적 개혁의 해법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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