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사랑한 농부 시인’ 야마오 산세이 저작 2편 함께 출간
2006년 책 토대로 새로 엮은 산문집 ‘어제를 향해 걷다’도
일본의 농부, 수행자, 철학자이자 시인인 야마오 산세이(1938~2001)의 시집과 산문집이 함께 출간됐다.
야마오는 1938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다 중퇴했다. 히피즘이 일본 사회에 당도한 1960년대 후반부터 ‘부조쿠’라는 이름으로 자연 속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교토에서 참선 수행을 하던 미국의 생태주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와 교류하기도 했다.
‘부조쿠’는 세계 각지에서 자연에 밀착해 독자적 문화를 유지하는 부족민의 삶을 부활시키려 했다. 야마오는 동료들과 부조쿠를 알리는 신문을 발행했고, 훼손 위험에 놓인 숲을 지키는 운동을 했다. 일본 최초의 유기농 채소 가게를 열었고, 대항문화 잡지도 발간했다. 야마오는 부조쿠 해산 이후인 1977년 아내, 세 아이와 함께 훗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배경이 되기도 한 규슈 남쪽 야쿠섬으로 이주했다. 오래되고 버려진 마을에 살면서 농사짓고 아이를 키우고 시를 썼다. 야마오는 2001년 세상을 뜨면서 ‘고향 도쿄 간다강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되살려달라’ ‘핵발전 같은 에너지 출력 장치를 완전히 없애달라’ ‘전 세계가 무력과 전쟁을 완전히 포기하게 해달라’ 등의 유언을 남겼다.
그동안 야마오의 에세이는 한국에서 여러 권 출간됐지만 정작 시집은 선보인 적이 없다. 이번에 나온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는 야마오가 생전 펴낸 시들 중 정수인 94편을 가려 뽑은 시선집이다. <어제를 향해 걷다>는 2006년 출간된 책을 토대로 새로 묶은 산문집이다.
“야자잎 모자를 쓰고/ 바다를 본다/ 사람들은 나아간다/ 세계로 세계로/ 우주로 우주로 눈먼 쥐처럼 나아간다/ 나는 반대로 물러난다/ 나에게로 나에게로/ 흙으로 돌로 숲으로 물러난다”(‘야자잎 모자를 쓰고22’ 중)
최성현 옮김. 상추쌈 출간.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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