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MR 개발지원법 초당적으로 통과되기를

2022. 11. 3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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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사업은 올해 5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내년부터 6년간 추진된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사업 예산 37억원에 대한 삭감 의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많다. 지금 전 세계는 탄소중립뿐 아니라 50년 만에 닥친 에너지안보 문제로 원자력발전을 다시 보고 있다. 오죽하면 친환경 에너지 재정 정책인 그린 딜(Green Deal)에서 원자력을 배제했던 유럽연합(EU)이 불과 2년 만에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재분류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이용을 지지하겠다고 나섰을까.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SMR 개발 사업도 국회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면 추진할 수 없다. 안정적인 지원이 없다면 개발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성공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SMR 개발은 신기술에 적용할 안전 규제 기술 연구에 대한 지원과 설계 개발, 기술 기준을 병행해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SMR 개발을 위해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SMR는 세계 원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임저'이다. 이뿐만 아니라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한국에서는 더욱더 필요한 원전이기도 하다. 유럽형가압경수로는 프랑스가 개발한 최신의 원전이자 용량이 1600㎿나 되는 세계 최대의 원전으로 프랑스 원전 기술을 대표한다. 그런 프랑스도 SMR를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원전 기술의 원조인 미국은 일찌감치 SMR 기술에 투자해서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심지어 일본마저도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합작으로 BWRX-300이라는 SMR를 개발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회사는 BWRX-300을 빠르면 2028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풍력의 나라 영국의 경우 대형 원전은 외국 것을 갖다 쓰더라도 SMR만큼은 자국산을 쓰겠다고 정부와 민간이 체계적으로 협력을 하고 있다. SMR를 제작할 수 있는 공장 인프라스트럭처부터 구축하기 위해 민관이 함께 용지를 물색 중이다.

SMR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일찌감치 뉴스케일 원전에 대해 표준설계인가를 부여하고 전력사업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SMR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원자력 에너지 혁신역량법(NEICA)'과 '원자력 에너지 혁신 및 현대화법(NEIMA)'이다. 이 두 법을 통해 SMR 기술 개발을 위한 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물론, 원자력 안전 규제 기관도 신형 원자로에 적합한 규제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원전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해도 더 안전하고 더 효율성이 좋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 오늘날 집집마다 쓰는 보일러가 처음 나왔을 때 보일러 폭발사고는 다반사였다. 20세기 초에는 미국 보스턴 근교의 신발공장에서 보일러 폭발로 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도 있었다. 그러나 보일러 안전 기술의 향상과 제작 기준의 제도화로 집집마다 안심하고 보일러를 쓰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SMR는 시대적 조류다. 이번 정기 국회에 다행히 SMR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법률안이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로 제안됐다. 예산 삭감의 논란을 잠재우고 세계 무대에서 탄소중립의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을 수 있는 SMR 지원을 위한 법이 초당적으로 통과되기를 바란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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