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 칼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법리스크'
민주당 "검찰수사는 쇼" 반발
권력으로 진실 숨길 수 없어
◆ 박정철 칼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일 것이다. 자신의 '분신'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복심'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등 최측근들이 대장동 비리로 구속되면서 '사법리스크'가 자신의 턱밑까지 들이닥친 탓이다. 이 대표는 '정치보복'이라며 맞서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이 대표에게 그리 녹록지 않다.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는 최근 법정에서 "당초 이재명 시장 측 몫(428억원)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관리본부장, 김용 전 부원장, 정진상 실장 외에 이 시장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2014년 지방선거부터 작년 대선까지 총 4번의 선거와 노후 자금용으로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 선거를 위해 돈을 주고받고 이익을 나누는 공동의 '자금 저수지'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 대표를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있어도 행적은 숨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두 번째 메가톤급 폭로다.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이 "검찰 수사는 소설"이라며 법원에 신청한 구속적부심도 모두 기각됐다. 법원 역시 검찰의 범죄 소명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의 설계자이자 최종 결정권자다. 심지어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까지 했다. 더구나 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제기된 대장동 의혹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이 대표 눈치를 보면서 깔아뭉개온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끝까지 '발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을 얕잡아 보는 행태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민주당도 생뚱맞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가 본격 진행되기도 전에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도 국면 전환을 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어물쩍 눙치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민생과 경제는 뒷전인 채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당(私黨)' 노릇에 앞장서는 것은 자신들에게 표를 준 민심을 배반하고 모독하는 행위다.
이 대표는 2017년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정치보복이라며 죄짓고도 책임 안 지려는 얕은 수법은 이젠 안 통한다"고 했다. 작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는 '유동규 씨가 대장동 의혹에 연관돼 있으면 책임질 거냐'는 질문에 "당연히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을 향하는 검찰 칼날을 피하기 위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꼬리를 자르는 듯한 행태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전 개발1처장이 "억울하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고, 유동규 전 본부장이 "내가 벌 받을 것은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했겠나.
페터 비에리는 '삶의 격'에서 "사람들이 과오나 결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것은 자신의 체면과 타인의 인정, 신망을 잃는 데 따른 두려움과 공포 때문"이라고 했다. 평생을 공들여 정치적 입지를 쌓은 이 대표도 비슷한 심경일 것이다. 하지만 권력으로 진실을 숨길 순 없는 법이다. 지도자에게 정치적 자산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신뢰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들이 가족과 친인척, 측근들의 비리 연루 때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인정한 것도 국민에 대한 신의 때문이었다. 이처럼 지도자는 명성과 자존심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짊어질 책임을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이 대표가 지금처럼 측근들이 쇠고랑을 찼는데도 한마디 사과나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공당의 지도자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의연하게 책임을 지고 지도자로서 품격과 권위를 지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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