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면초가의 사립대학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 협의회가 제주에서 개최되었다. 민간 주도의 산학연관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109개교 170여 명의 관계자들이 양일간 일정에 함께했다. 산학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부처의 정부정책도 발표됐는데,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특성화 대학 신설, 대학중점연구소 사업 등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지방거점대학을 염두에 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으며 사립대학을 위한 지원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대부분을 사립대학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은 총 325개로 이 중 사립대가 278개로 전체의 85.5%를 차지하며 이는 입학정원의 84% 수준이다. 14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로 지방 및 수도권 사립대학의 재정수준은 국·공립대 대비 더욱 심각한 상태로 2.7% 수준의 재정 적자율을 보이고 있다. 실제 물가 인상률을 감안했을 때 대학 재정수준은 30~40% 정도 자연 삭감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학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금도 주어진 여건에서 경상경비와 연구비를 줄이면서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수립하여 버티어 왔으나 이제는 거의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학령인구 감소에 비해 대학 수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한계대학을 존속시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일정 기간 생존 기회를 부여하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경쟁력 있는 특성화 학과 중심의 단과대학으로 재편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대학도 결국 지역사회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역대학이 신산업 발전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지식기반 산학연 트라이앵글에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 강화도 필요하다. 얼마 전 예산지원, 교육과정, 특성화 전략 설립 등 교육부가 갖고 있는 대학에 대한 권한을 과감하게 넘기고, 고등교육 특별회계 중 상단 부분을 지자체와 지방대학이 협의해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대학 정책 관련 기능의 지방 이양 결정이 지역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자체 고등교육 역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대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책을 시행한다면 초반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대학-지자체 간의 수평적인 공유·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다만 고등교육 체제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생략된 재정 확보 논의는 공감대를 얻어내기 힘들 것이며, 이러한 정책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학 내부의 혁신과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사회의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체와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대학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지역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혁신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산업체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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