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채 발행 재개 초읽기…은행 자금 공급 여력 더 생긴다

서상혁 기자 2022. 11. 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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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사모 은행채 발행' 가능"…대형 은행 중심으로 이르면 12월 발행 전망
국고채 맞교환·RP 매도 통해 유동성 확보 가능해져…'구축효과'도 완화될 듯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은행권이 이르면 12월부터 사모 방식으로 은행채 발행을 재개할 전망이다. 은행권은 은행이 다른 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면 담합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는데, 금융당국은 사전에 발행 조건 등을 협의하는 방식만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 은행 대출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은행들은 인수한 은행채와 한국은행에 맡겨놓은 국채를 맞바꿔 유동성 비율(LCR)을 맞추는 데 활용할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자금 공급 여력이 추가로 생긴다.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는 만큼, 은행채가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축효과'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사모 방식의 은행채 발행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모 방식으로의 은행채 발행은 은행법상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은행채 발행을 위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은행채 사모 발행은 '은행 간 은행채 인수'를 의미한다. 채권 발행 은행과 인수 은행 사이에 증권사가 중개사로 들어가는 구조다.

그간 은행권은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대책으로 '은행채 사모 발행'과 한국은행 적격담보부증권 은행채 편입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패키지'로 요청해왔다. 은행 간 은행채 인수는 현행법상 제한이 없으나, 자칫 담합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은행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은행권은 지난 2012년 CD금리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담합 논란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코픽스'를 도입했다.

은행권의 우려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사전에 조건을 조율하는 등 '경쟁 제한 행위'만 하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끼리 사전에 만나서 조건을 조율하지 않으면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사모 은행채'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이 정해지는 대로 은행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사모사채의 경우 회계상 대출금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확실하게 은행채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현재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업계는 무리 없이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모 대형 시중은행은 은행채 사모 발행을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 은행채 발행에 대한 의향은 다들 있는 만큼, 대형 은행이 먼저 나서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12월부터는 발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 간 은행채 인수가 이뤄지면 은행권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에 따라 은행들은 현재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에 대출을 해주면서 '적격담보증권'이라는 담보를 맡아두는데,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라 내년 1월까지 국채 외에 은행채도 담보로 맡길 수 있게 됐다. 인수한 은행채와 한은에 담보로 맡겨놓은 국채를 맞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은행권은 은행채 적격담보증권 편입 기한 연장을 금융당국을 통해 한은에 요청한 상태다.

은행채 대신 국채를 가져오면 유동성 규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더욱 수월하게 맞출 수 있다. 국채로 LCR을 맞춘 후 여분의 유동성으로 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는 식이다. 은행 내부 분류 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국가·중앙은행·공공기관 발행 채권을 유동성이 가장 큰 자산으로 분류한다. AA- 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가 그다음이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도 선택지 중 하나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범위에도 은행채를 포함시키고, 채권시장안정펀드 2차 캐피탈콜 출자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RP 매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보유한 은행채를 한은에 RP로 매도하고 일시적으로 현금을 끌어올 수 있다.

사모 형식으로 은행채가 발행되는 만큼, 은행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도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선 공모 형식으로 발행하면 증권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우량한 은행채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물량이 풀리지 않는 사모 방식을 택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자금 공급여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관계부처는 지난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개 대출에 대해선 은행 예대율 산정 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예대율 완화 조치로 은행권의 자금 지원 여력은 8조5000억원가량 늘어났는데, 최근 기업대출 잔액 증가세를 고려하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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