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한국 아프리카인들의 모습…학고재 최원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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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각기 특정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타운'(Town)을 형성했다.
그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30일 시작한 개인전 '캐피탈 블랙'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 거주 아프리카인, 특히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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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9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각기 특정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타운'(Town)을 형성했다.
사진과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현대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표현하는 작가 최원준은 그 중 아프리카 타운에 주목했다.
그는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30일 시작한 개인전 '캐피탈 블랙'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국 거주 아프리카인, 특히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서 이주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의 아프리카 타운은 미군 부대가 주둔했거나 주둔했던 지역에 형성돼 있다. 미군이 줄어들면서 미군 군무원과 가족들을 상대했던 부동산 월세 시장이 무너지자 값싼 월세를 찾아 아프리카인들이 모여든 곳들이다. 이들 지역은 국내에 들어온 아프리카인들이 주로 취업하는 제조업 공장 지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에 따르면 한국의 많은 아프리카인이 한국 문화나 음식에 무관심하다고 한다. 주간과 야간 근무를 번갈아 가며 해야 하고 주말에도 일하거나 교민회 모임에 가야 하는 탓에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 자체가 적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을 살면서도 한국어를 배우지 않거나 한국의 주요 관광지들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자신들만의 공동체에서 결속하며 결과적으로 한국 문화에서 '고립'된 채 살아간다.
동두천으로 거처와 작업실을 옮긴 작가는 아프리카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아직은 우리에게 낯선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동두천에서 과거 미군들이 기념사진을 찍던 사진관을 빌려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의 가족 사진을 찍었고 때로는 그들의 집을 찾아가 식사 장면 등 일상의 모습을 기록했다. 사진 속 이들의 복장은 한복부터 나이지리아 전통 의상, 나이지리아의 부족장(왕) 의상까지 다양하다. 학교에 다니는 이주민 2세대들은 교복 차림으로, 모델 같은 포즈로 1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지리아 이보(Igbo)족의 모임 현장을 담은 '파티들, 동두천' 사진은 서아프리카의 축하 문화를 보여준다. 사조직 모임이나 생일 파티 등 여러 모임의 현장을 포착해 하나의 긴 사진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사진 속 사람들은 축하 대상을 위해 돈을 하늘에 뿌리고 얼굴에 붙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주민들은 창작의 주체로도 참여했다. 뮤직비디오 영상 '저의 장례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작가가 아프리카 이주노동자의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과정을 돕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영상 속 대형 신발 모양의 관(棺)은 가나에서 망자가 생전 좋아했던 물품 모양으로 관을 짜는 전통을 보여준다.
서아프리카의 인기 음악 장르인 '하이라이프'(Highlife) 가수인 오시나치와 협업해 백화점 명품관과 전태일 열사상 등에서 찍은 뮤직비디오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아프리카인 예술가들을 한국에 알린다. 앞서 '장례식' 뮤직비디오에도 본국에서 배우, 뮤지션으로 활동했지만, 한국에서는 평범한 공장 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아프리카 지역 출신들은 영어가 유창하지만 한국에서는 영어강사로 일할 수 있는 국적이 제한돼 있어 대부분 공장 취업을 목표로 한국에 온다"면서 "공동체, 노동, 문화에 초점을 맞춰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밝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31일까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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