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금리는 왜 안오르나요”…정기예금 대비 상승폭 절반
서울 휘경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38)씨는 최근 적금에 가입한 걸 후회 중이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뭉칫돈을 굴리기 위해 예적금을 찾아본 이씨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적금 최고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높아 적금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근 재테크 카페에서 같은 기간 예금에 가입했을 경우 연초 대비 금리가 3.0%포인트(p)가량 상승했다는 게시글을 보게 됐다. 적금에 든 이씨는 연초 대비 금리 인상폭이 1.5%p에 그쳤다.
이씨는 “지난 11개월간 적금 금리 인상폭은 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며 “적금은 돈이 나눠서 들어와 실제 받는 이자도 적은데 금리 인상폭마저 작았다. 이럴 줄 알았으며 예금에 가입할 걸 후회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적금 금리는 인상폭이 예금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예금은 은행 입장에서 확정된 규모의 자금을 1년 이상 대출 재원으로 쓸 수 있지만, 적금은 금액도 작은 데다 조금씩 예치금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금 규모가 큰 자산가들만 고금리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이 적금보다는 예금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대표 예금 상품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말 기준 연 1.72%에서 이날 기준 연 4.95%로 3.23%p 상승했다. 반면 대표 적금 상품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말 기준 연 최고 3.44%에서 이날 기준 연 최고 4.98%로 상승폭이 1.54%p에 불과했다. 예금 금리 인상폭이 적금 금리보다 2배가량 큰 것이다.
하나은행의 대표 예적금 상품인 ‘하나의 정기예금’은 이날 기준 1년 만기에 연 5.00%의 금리를, ‘급여하나 월복리적금’은 연 최고 5.65% 금리를 제공한다. 1월 말 기준 하나의 정기예금은 연 1.90%, 급여하나 월복리적금은 연 최고 4.00% 금리를 제공했다. 올해 들어 예금 금리는 3.10%p 상승했지만, 적금 금리는 1.65% 오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4.70%이다. 1월 말 금리는 연 1.71%로 올해 들어 금리가 2.98%p 인상됐다. 반면 대표 적금 상품인 ‘KB국민ONE적금’은 최고금리가 연 4.10%이다. 이 상품의 1월 말 금리는 2.95%로 올해 들어 1.15%p 인상됐다. 예적금 금리 인상폭 차이가 2배 이상이다.
NH농협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NH올원e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5.1%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예금이 7월에 출시되기 전 대표 예금 상품이었던 ‘NH왈츠회전예금Ⅱ’의 1월 말 금리는 1.73%다. 올해 들어 NH농협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 금리는 3.37%p 인상됐다. 반면 대표 적금 상품인 ‘NH1934월복리적금’은 연 최고 6.6%로 올해 1월 말인 4.85%와 비교하면 인상폭이 1.75%p에 불과하다.
신한은행도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가 1월 연 1.65%에서 현재 연 4.95%로 3.3%p 인상됐지만, ‘신한 알쏠적금’ 금리는 1월 연 최고 2.8%에서 현재 4.45%로 1.65%p 상승했다.
이처럼 예적금 금리 인상 차이가 나는데 정기 예금이 늘어나는 것이 은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기 예금은 일정 기간 목돈을 은행에 맡기고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반면, 정기 적금은 매월 일정한 액수의 돈을 넣어 자금을 적립해가는 상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자금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보다는 장기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앞으로의 자금 운용에 계산이 설 수 있다.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대출에 유동성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한도가 있는 적금보다는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예금을 늘리는 편이 유리하다.
은행권 관계자 “적금은 10~30만원 정도의 특판 상품이 대부분이고 커봐야 100~150만원”이라며 “적금이 많이 들어와도 한도가 있지만, 예금은 한 번에 거치식으로 큰돈이 들어오는 거니 조달 측면에서 나은 부분이 있다. 은행은 유동성 비율 등의 건전성 관리 이슈가 있으니 목돈이 들어오는 부분이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적금금리가 높게 설정된 것도 적금금리 상승 폭이 작은 이유로 꼽힌다. 적금의 경우 돈이 나눠서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 고객에게 돌아오는 실효수익률은 표면상 보이는 이자의 절반 정도다. 이에 은행들이 통상 적금 이자율을 더 높게 책정한다.
이에 예금 규모가 큰 자산가들만 고금리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액자산가는 가파른 예금 인상폭과 대규모 예치금에 비례해 큰 이자를 수익으로 거둬들이는 반면, 적금 가입자는 소액의 이자를 돌려받기 때문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책 인사이트] 경기도 ‘외국인 간병인’ 추진… “서울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다른 방식으로
- 69억 빚 못갚아… ‘압구정 현대’ 경매 나왔다
- SUV는 기아, 1t 트럭·세단은 현대차… 치열했던 집안싸움
- 법인대출로 53억 아파트 산 외국인 부부… 국토부 적발
- IP 사용료만 수십억인데...‘오징어 게임 2’와 컬래버 나선 기업들
- [재테크 레시피] 금리 인하기 ‘채권투자’ 몰린다… 올해 순매수만 39兆
-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텅 빈 채 그저 달리네… 당신이 겪는 그 증상의 이름은 ‘시들함’
- 中, 석화단지 또 증설 완료… 갈수록 심화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 [2024 연말정산]⑥ 10일 남은 2024년… 막판 절세 포인트는?
- [정책 인사이트] 스크린 파크 골프장·PC방·건강관리실로 변신하는 경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