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뒤흔든 AI 판정, FIFA는 어떻게 확신가졌나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입력 2022. 11. 30. 16:50 수정 2022. 11.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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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넥슨-호크아이 첨단기술 접목…로봇-사람 테스트 통해 유효성 입증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월드컵은 축구가 아니다. 월드컵은 과학이다.”

무슨 말이냐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한 때 유행했던 모 침대 광고를 살짝 패러디해봤다. 당시 ’침대는 과학이다’는 광고 카피를 통해 첨단 과학 기술이 침대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잘 보여줬다.

똑 같은 문구를 스포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요즘 전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월드컵은 첨단과학기술 경연장이나 다름 없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에는 키넥슨이 개발한 센서가 탑재돼 있다. (사진=키넥슨)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선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을 도입하면서 또 한번 많은 관심을 모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처음 선보인 비디오 판독(VAR)을 업그레이드한 SAOT는 위치추적을 비롯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첨단 기술을 총망라하면서 새로운 경지를 보여줬다.

■ 공인구 알리라에 센서 두 종 탑재…선수들 차이 못 느끼게 정교한 실험 

SAOT는 개막전부터 사람의 눈으로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미세한 오프사이드 반칙을 전부 잡아내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SAOT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지에 대해선 개막 전부터 많이 보도됐기 때문에 굳이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다. 경기장에 설치된 12개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할 수 있도록 알리라에도 센서가 탑재돼 있다.

호크아이 시스템으로 테니스 경기에서 아웃 여부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모습. (사진=호크아이)

미국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알릴라에는 광대역 센서(UWB)와 관성측정센서(IMU)가 탑재돼 있다. 두 센서 무게는 14g 정도다.

이 중 광대역 센서는 공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관성측정센서는 물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준다. 특히 관성측정센서는 3차원 공간에 공과 사람의 위치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정교한 판정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두 센서는 모두 키넥슨이 개발했다.

공인구에 탑재된 센서는 경기장에는 설치된 호크아이 광학 카메라가 실시간 추적한다. 호크아이는 테니스, 크리켓, 미식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공의 위치와 궤적을 추적 분석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그런데 월드컵은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된 지구촌 최대 축구 대잔치다.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선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선뜻 적용하기 힘들다.

■ 유럽 축구 클럽팀 도움받아 블라인드 테스트 실시하기도 

그렇다면 FIFA는 어떻게 SAOT의 정확성에 대해 확신할 수 있었을까?

새로운 기술을 실제 경기에 적용하기 위해선 FIFA 퀄리티 프로그램을 통과해야만 한다.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FIFA는 SAOT의 각 요소를 체크하기 위해 수 년 동안 통제된 상황과 실제 상황에서 실험을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 (사진=FIFA)

실험을 위해선 바이콘 사의 고선명 모션캡처 카메라 36대를 동원했다. 실험 환경에선 공 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카메라가 잘 탐지할 수 있도록 표시를 한 뒤 경기하도록 했다.

선수와 공이 움직일 때마다 바이콘 카메라와 키넥슨/호크아이 시스템이 동시에 추적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정교한 분석 작업을 거쳤다.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연구팀들은 바이콘 카메라와 키넥슨/호크아이 시스템이 산출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면서 키넥슨/호크아이 조합의 정확성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했다.

중요한 건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축구공 안에 센서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없도록 해야만 했다. 미세한 차이에도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공인구 공급업체인 아디다스가 맡았다.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이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두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딥러닝과 다양한 데이터로 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을 최소화한 SAOT (이미지=피파)

그 중 하나는 스페인, 독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클럽팀의 협조를 받아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이 실험에선 일반 축구공과 센서를 탑재한 축구공으로 경기를 하도록 한 뒤 차이를 알아내는 지 여부를 살폈다.

이와 함께 아디다스는 로봇 슈팅 기계를 활용한 실험도 병행했다. 로봇 슈팅 기계들에게 다양한 속도와 스핀, 방향으로 축구공을 차도록 프로그램한 것.

그런 다음 고선명 카메라로 공의 비행 궤적을 추적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센서를 탑재한 축구공이 비정상적인 비행 경로를 만들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실험을 실제 축구 경기에서도 실시됐다. 2021년 카타르에서 열린 FIFA 아랍컵과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2021 FIFA 클럽 월드컵 대회가 대표적인 실험 대상이었다.

이 대회들에선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용된 것과 똑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서 경기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월드컵 경기에 실제로 적용해도 큰 무리 없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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