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에 교통공사 노사 이견, 6년만의 파업…결국 무임승차 등 ‘적자경영’ 문제

이성희 기자 2022. 11. 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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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조원 적자 중 절반은 무임수송 탓
노조 “한시적 구조조정 유보 받아들일 수 없어”
공사 “국비 보전에도 재정난, 구조조정 필수”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파업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6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배경에는 사측이 제시한 구조조정안이 있다. 교통공사는 재정위기와 업무 효율화 등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주장하지만, 노조는 안전을 위해 오히려 인력을 확충해야할 때라고 맞서고 있다.

교통공사가 매년 1조원 가량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노사간 이견은 팽팽하다. 그러나 적자의 상당 부분이 노인·장애인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비용(PSO)에 따른 것임을 노사 모두 알고 있다.

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30일 “사측이 제시한 교섭안에는 ‘2022년 한시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보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는 지난해 9월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고 했던 노사특별합의보다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교통공사 관계자는 “(구조조정 한시 유보는) 논의 과정에서 나왔을 수는 있지만, (교섭안 등에) 문구상으로는 명시돼있지 않다”며 “인력 조정은 노사 합의를 통해야 하는 사안인 데다 (그간)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적도 없다. 노조의 일방적인 협상 결렬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4일 교통공사가 발표한 인력감축 계획이 도화선이 됐다. 교통공사는 오는 2026년까지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539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근무제도 개선 및 업무 효율화를 통해 1108명을 감축하고, 차량관리소(기동검수반)를 축소하고 궤도시설 보수 등을 외주화해 431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일방적인 인력감축을 중단하라. 안전업무 외주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교통공사는 “인력감축은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라고 반박한다. 재정 악화에 따라 구조조정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원 5000여명이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김창길기자

이같은 교통공사의 인력감축안 사실 지난해에도 노사가 충돌했던 사안이었다. 당시는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파업은 면했지만, 근본적으로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노사가 언제든 다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노조가 올해 교섭안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시적’ ‘유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또한 교통공사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깔려 있다. 재정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무임수송이라는 점에서 구조조정이 아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공사 노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9644억원으로 이중 50.3%인 2784억원이 무임수송으로 발생했다. 무임수송은 1984년부터 정부가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도입한 이후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따른 교통공사의 손실은 연 평균 3368억원에 이르지만, 손실 비용은 지하철 운영기관(공사와 지자체)가 감당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 보전을 정부에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도 뒤늦게 나서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PSO 예산으로 7564억원 편성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3585억원 증액한 것으로, 이만큼은 도시철도 법정 무임승차 손실 지원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국비 보전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사측은 재정 위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계획대로 인력을 감축한다고 해도 외주화 등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인력 감축을 위한 레토릭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통공사 관계자는 “PSO 국비 보전을 받고 운임을 인상해도 여전히 적자”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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