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 “정치적 파업 아니라 구조조정 파업”…첫날 ‘출근길 대란’은 피해
“우리의 투쟁은 정치 파업이 아닙니다.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나왔습니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 위원장)
전국 곳곳에 한파 경보가 내린 30일 오전, 서울교통공사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과 덕수궁 사이 대로변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의 파업이다.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 5000여명은 ‘노동조건 개선, 안전인력 충원’이라고 적힌 파란색 몸자보를 입은 채 “인력감축 철회하고 노사합의 이행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공사 측의 구조조정 계획 철회와 오세훈 시장의 직접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연합교섭단과 공사 측은 전날 밤늦게까지 막판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사 측이 2026년까지 1539명(인력의 10%)을 감축하겠다고 제시한 구조조정안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본교섭이 결렬된 것이다.
노조 측은 “핵심요구인 인력감축 철회에 대해 회사 측이 ‘2022년 한시적 유보 외에 더 이상 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최종 입장을 통보함에 따라 최종 교섭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날 파업에 참여한 역무본부 소속 27년차 노동자 이모씨(52)는 “신당역 살인사건 이후로 특히 ‘2인 1조’ 업무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서울시와 공사 측은 아예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면서 “지하철 노동자들의 안전은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이 쓰러지면 누가 달려가겠나”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고 규정한 것을 정면 반박했다. 출정식에서 단상에 오른 김정탁 서울교통공사 노조 사무처장은 “우리의 파업은 정치파업이 아니라 구조조정 파업”이라면서 “구조조정을 투쟁으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파업은 정치적인 파업이라고 개념을 정의하고 싶다”면서 “표면적인 파업 이유는 구조조정과 혁신안 철회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 파업과 배경이 연결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 서울 지하철 1~8호선에서 열차 일부가 다소 지연된 것 외에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속한 전국철도노동조합도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지하철 운행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레일이 운행하는 지하철은 1호선 82%, 3호선 25%, 4호선 30%를 차지한다.
서울시와 교통공사는 총파업에 대비해 퇴직자, 협력업체 직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사 직원 등 대체인력을 1만3000여명 투입해 지하철 수송 기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출근 시간대는 지하철 운행률을 평소 수준으로 유지하고, 퇴근 시간대와 낮 시간대 운행률만 67.1~85.7%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한편 교통공사 노사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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