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훈의 나의 월드컵 ⑧] '다 된 밥에 코' 日, '기사회생' 아르헨... 현장서 본 조별 2차전 7경기 감상

임기환 기자 2022. 11. 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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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카타르)

2022년 11월 28일 밤 10시(이하 현지 시각) 킥오프한 포르투갈와 우루과이의 대결을 마지막으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이 모두 종료됐다. 프랑스, 브라질, 포르투갈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 답게 두경기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개최국 카타르와 다음 대회 개최국 캐나다는 일찌감치 토너먼트 진출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조별리그 기간 미디어 관계자는 하루에 펼쳐지는 네 경기 가운데 최대 두 경기까지 취재가 가능하다. 이런 규정을 십분 활용해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리는 4일간의 스케줄표에 공백 없이 8경기를 꽉꽉 채워 넣었다.

그 가운데 이미 많은 분석들이 제시된 대한민국-가나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7경기를 참관하며 기록해 둔 축구 내적 주목 포인트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축구경기 심층분석은 그 안에 심리, 피지컬, 전술, 기술의 네가지 측면에 대한 해설이 모두 담겨야 최소한의 완결성을 담보할 수 있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만, 아래 내용은 온전한 리포트가 아니다. 네가지 요소 중에 일부만이 혹은 몇몇의 조합만이 포함됐다. 경기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에서 생산된 수많은 단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현장이기에 보였던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현장이라서 볼 수 없었거나 빗나가게 해석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음을 먼저 밝혀 둔다.

11월 25일 16시 A조 2차전 카타르 1-3 세네갈 @알 투마마 스타디움

축구는 신체를 활용한 운동이다. 몸의 움직임은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는 의지라고 표현하겠다. 의지는 동기 부여에 의해 추동된다. 출전하는 경기, 대회의 크고 작음을 떠나 축구의 목적 의식, 곧 '아름다운 승리'라는 방향성이 올바르게 각인돼 있다면 기본적 의지는 갖춰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피치 위에서 기량을 쏟아 내게끔 하는 심리 측면의 바탕이다. 카타르 대표팀은 분명 이런 의지를 더욱 강한 의지로 승화시킬 유리한 조건을 안고 있었다. 축구 선수에게 홈 개최의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사실만큼 효과적 동기 부여는 없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거대한 동기 부여의 환경이 이른바 한발, 반발 더 뛰게끔 만드는 강한의지로는 잘 연결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첫판 0-2로 에콰도르에 패했지만, 세네갈을 잡는다면 16강 토너먼트 진출가능성을 충분히 타진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홈팀은 무력하게 패퇴하며 개막 후 단 두 경기만에 조별 리그 탈락의 쓴 잔을 들이켰다. 물론 동기부여와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실력의 차는 제한적이다. 그렇더라도 표출 가능한 능력의 맥시멈에 도달하려는 시도와 노력 자체가 읽히지 않은 점은 홈팀 카타르에게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패인을 가장 선량하게 해석하면 월드컵 무대, 그것도 홈에서 개최되는 최대의 축구 페스티벌에 대한 과도한 중압감을 꼽을 수 있겠다. 

11월 25일 22시 B조 2차전 잉글랜드 0-0 미국 @알 바이트 스타디움

축구에서 창조성은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하나의 축구경기에서 창조적 플레이를 논할 수 있는 장면은 그리 많이 생겨나진 않는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다. 골을 넣기 위해선 슈팅을 해야 한다. 불규칙한 잔디 그라운드 위 둥근 공을 발로 다뤄야 하는 축구에서 공격작업의 성공을 골로 정의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스포츠는 90분, 120분 전체가 실패로만 가득 찬 재미없는 공놀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축구에선 골이 많이 터진다고 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공격의 목적은 골이 아닌 슈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해 온 이유기도 하다.

일단 슈팅을 한 이후에는 마룻바닥과는 달리 고르지 못한 피치, 모남이 없는 탄력의 둥근 볼, 신체에서 상대적으로 무딘 발(때때론 머리)이 꾸며내는 조화의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빗맞아서 역회전이 걸린 볼, 일순 공간을 가르는 무회전 슈팅 그 어느 쪽도 모두 골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나의 볼을 동시에 두 사람이 찬다든지, 동시에 헤딩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결국 이어진 볼을 최종 슈팅으로 연결하는 일은 개인의 몫이 된다.

공격의 조직력이란 최종 슈팅의 역할을 맡은 선수에게 볼이 체계적으로 전달되기 까지를 뜻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한 선수에게 주어진 마지막 슈팅의 순간, 개성을 담은 창조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B조 2차전 잉글랜드와 미국의 대결은 무득점으로 끝났다. 26명 스쿼드 대부분이 월드컵 출전 경험이 없는 젊고 참신한 미국은 종가 잉글랜드를 맞아 주눅들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슈팅 순간 번뜩였던 미국 선수들의 창조적 플레이는 이 경기 전체를 기억하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11월 26일 16시 C조 2자천 폴란드 2-0 사우디아라비아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

아라비아반도 개최 월드컵의 사실상 홈팀으로 봐도 이질감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는 11월 22일 열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거함 아르헨티나를 2-1로 격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불과 4일 후, 2차전에선 폴란드를 맞아 0-2로 패하며 진폭이 큰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며칠 사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에 큰 변화가 일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 경기를 참관하며 주목한 점은 상대성과 팀 전술(여기서는 경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 팀 구성원들이 합의한 큰 그림)이다. 축구는 독자적 기록 경신 경기가 아니다. 반드시 상대가 설정된다. 동일한 팀 전술을 들고 서로 다른 경기에 임하는 선택도 가능하지만 그 효과는 상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첫 경기의 성공을 이끈 팀 전술에 가시적 변화를 주지 않은 채 폴란드와의 2차전에 나섰다. 수비에선 상대 볼 소유자를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탈취에 도전하는 역동적 자세보다는 라인 내의 좌우 폭 밸런스, 또 라인 간격 유지에 집중하며 유기적 짜임새를 의도했다. 공격에선 상대 최종 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으로 돌아들어가는 동료에게 종방향의 중단거리 패스를 빠르게 연결하며 결정기를 노리는 것이 주요 전개 형태였다.

결과는 0-2 완패. 첫 경기에 이어 일종의 반복된 패턴이 상대 폴란드에게 읽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팀 전술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한 원인을 2차전의 폴란드가 1차전의 아르헨티나보다 파워, 스피드 면에서 상대적 우위였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을 듯싶다. 경기 상황에 따라 팀 전술에 변화를 주는 게임 플랜 차원의 대응 전술이 미비했던 것 또한 패인 가운데 하나로 생각된다. 

11월 26일 22시 C조 2차전 아르헨티나 2-0 멕시코 @루사일 스타디움

예상만큼의 공방전은 없었다. 기술과 스피드에서 우위를 보인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본선 녹아웃 스테이지의 단골손님 멕시코를 압도한 경기였다. 특히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스피드감의 완급 조절은 세계 최정상 레벨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폭발적 스피드로 멕시코를 몰아붙이다가 미세하게 템포를 줄이자 멕시코 수비에 일시적 균열이 발생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는 리오넬 메시, 엔조 페르난데스는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하며 공격의 목적을 달성했다. 두 선수의 발을 떠난 볼은 각각 골망을 가르며 득점으로 이어졌다. 두 골 장면 모두 슈팅 직전까지 전개와 슈팅 사이, 스피드 차이에 의한 이질적 감각이 만들어졌다. 이로 인해 볼이 골문을 통과하기까지 장면은 마치 시간 차 공격을 연상시키듯 유유히 흘러갔다.

스피드에 대해서 조금 더 부연하면 이렇다. 질주 등의 물리적 스피드는 신체 능력에 의존적이다. 반면 몸의 움직임을 내게끔 하는 판단은 유사한 상황의 반복적 경험 축적, 혹은 어떤 상황을 가정하고 판단 연습을 수행하는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스피드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바람직한 플레이의 전개도가 일치한다면 머릿속 판단에 걸리는 시간은 그만큼 단축된다. 상대보다 빠른 판단의 스피드만큼 의도한 플레이의 성공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11월 27일 13시 E조 2차전 일본 0-1 코스타리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오른쪽 풀백 사카이 히로키 자리에 야마네 미키가 들어갔다. 이를 제외하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수비 라인에 가한 의도적 변화는 사실상 없었다고 보인다. 반면 미드필드와 포워드의 선발 진용 구성은 생소했다. 모리타 히데마사, 우에다 아야세, 소마 유키 등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은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도 이견이 없을 면면이다. 하지만 그 조합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카타르 본대회까지의 준비 과정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었던 짜임이다. 곧, 친선 경기 포함 실전에서 가동해 본 적이 없는 모험적 구성을 들고나온 것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과연 '오직 승리'에 맞춰져 있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독일을 잡은 일본은 2차전 코스타리카와 대결에서 이긴다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3차전에서 맞붙을 스페인 보다는 수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코스타리카였기에 가용전력의 최상조합으로 나섰어야 했다. 물론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의도는 읽어내지 못할 만큼 은밀하진 않았다. 변동 폭을 최소화한 견고한 수비라인은 상대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차전 스페인 상대로 무려 7점이나 내준 상대의 허술한 수비는 실험적 구성의 공격진이 충분히 뚫어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안일한 발상이 화를 자초했다. 승리를 향한 결기가 결여된 감독의 태도로는 선수들의 진면목을 100% 끌어낼 수 없다. 축구는 많은 골이 나지 않는다. 그 횟수가 적더라도 찾아오는 기회를 잘 살리면 누구에게나 원 찬스는 있다. 원샷 원킬, 단 한 번의 유효 슈팅을 골로 만들어 낸 코스타리카가 방심한 일본을 꺾었다. 

11월 27일 22시 E조 2차전 스페인 1-1 독일 @알 바이트 스타디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대한민국에 0-2로 패하며 일찌감치 여정을 종료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독일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본에 1-2로 패하며 막 시작되었을 뿐인 여정에 암운을 드리웠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월드컵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서 최강자 중 하나로 군림해온 독일. 그러나 최근 월드컵 본선 성적은 저조하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페인과 독일이 만났다. 후반 17분 스페인이 앞서 나가는 선제골을 터트렸고, 후반 38분 독일이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1-1 무승부로 귀결됐다. 스코어는 균형을 이뤘지만 전반적 내용은 스페인이 우세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스페인이 경기 국면을 지배적으로 이끈 힘은 수비 시 상대 소유의 볼을 탈취할 목적으로 적극적 도전을 걸어간 데서 비롯한다.

전방부터 가하는 스페인의 강한 프레싱은 갈길 바쁜 독일을 더욱 당황케 했다. 일단 볼 소유권을 가지고 오면, 스페인 특유의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미 정평이 난 볼 다루는 기술의 능숙함을 바탕으로 독일 수비 사이 공간을 세밀하게 침투해 들어갔다. 패스를 받을 스페인의 예비 후보들은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켰다. 그 가운데 한곳으로 찔러 들어가는 패스는 스페인엔 슈팅 기회를, 독일엔 실점 위기를 가져다 줬다.

독일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스페인의 날카로운 기세에 눌렸던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 사실이다. 후반 들어 독일의 강점인 간결하고 신속한 흐름 전개가 살아났다. 신속하게 상대 골문까지 접근한 뒤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깔끔한 프로세스가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역동적이 플레이가 요구되는 빠른 전개로 흘렀다. 결과는 앞서 언급한 대로 1-1, 다방면에서 밀리던 상황임에도 스코어뿐만 아니라 내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 독일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경기였다. 

11월 28일 22시 H조 2차전 포르투갈 2-0 우루과이 @루사일 스타디움

우루과이는 0-0으로 비긴 1차전 한국전보다 명확한 의도를 드러내는 플레이로 포르투갈과의 전반전에 임했다. 기본 포메이션은 5-3-2를 들고 나왔다. 견고한 수비에 주안점을 두고 실점없이 지켜내다가 전방의 에딘손 카바니에게 볼을 연결시켜 득점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 우루과이는 상대 공격 국면에선 높은 위치에서부터 볼탈취에 도전하는 대신, 점차 수비라인을 내려가면서 방어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낮은 위치에 전장이 설정되면, 최종수비 한 줄 라인 인원을 7명까지 늘렸다. 피치의 좌우 폭은 68미터다. 4백을 가정하면 한 명의 수비가 방어해야 할 횡방향 길이는 68을 4로나눈 17미터, 공간으로 확대하면 8.5미터를 반지름의 원 영역이 된다.

이를 근거로 수비에게 요구되는 커버 영역을 10미터 반지름 원으로 상정하는 경우 또한 적잖게 목격된다. 68미터를 7명의 일자라인이 방어하면 한 명이 담당하는 영역은 약 5미터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이 된다. 사실 이런 계산의 수치를 들지 않아도 3명보다는 4명, 4명보다는 7명의 라인이 더욱 촘촘하고 단단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식하는 덴 어려움이 없다.

이처럼 우루과이는 내려서서 수비에 치중했다. 포르투갈의 공격은 효과적으로 봉쇄했지만 의도했던 만큼 스스로의 공격 기회는 갖지 못했다. 핸들링으로 내준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두번째 골을 논외로 하면, 포르투갈의 첫 골이자 이날의 결승골이 터진 순간은 후반 초반 우루과이 수비 형태가 전반만큼의 유기적 체계를 정비하지 못했던 길지 않은 시간의 일시적 틈새였다.  

글=양정훈 칼럼니스트 

편집=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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